[시론] 제조업 스마트화, ICT결합만으론 부족하다

입력 2015-10-02 18:18  

"스마트 공장 등 제조업 부활 전략
ICT와의 단순 결합을 뛰어 넘어
'암묵지 기술' 쌓기에 투자해야"

양민양 < KAIST 교수·기계공학 myyang@kaist.ac.kr >



최근 세계 경제의 부진과 엔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제조업의 부활을 위해 제시되는 대책이 ‘제조업의 스마트화’다. 이와 관련해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방향은 스마트 공장과 같은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의 결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제조업과 ICT의 결합만을 통해 국내 제조업의 장기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는 없다. 제조업 스마트화의 한 축인 제품의 스마트화를 통해서 스마트 제품이 탄생하는데, 단순히 ICT와의 결합을 통해서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이 나오지는 않기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스마트 전기밥솥을 예로 들어보자. 최신 스마트 전기밥솥은 쌀과 물을 적당한 비율로 넣고 버튼 하나만 누르면 사용자가 원하는 모든 종류의 밥이 지어진다. 백미, 잡곡, 현미, 현미발아, 검은콩밥, 영양죽에 이어 삼계탕과 빵 굽기까지 가능하다. 이런 스마트 전기밥솥을 만들기 위해서는 두 가지 중요한 기술이 필요하다. 첫째 지은 밥의 온도를 장시간 유지할 수 있는 보온기술, 즉 하드웨어와, 둘째 사용자가 원하는 밥을 짓기 위한 제어알고리즘, 즉 소프트웨어(SW)다.

첫째 보온기술에는 가벼우면서도 열을 잘 보존할 수 있는 소재기술과 진공 단열을 사용한 이중구조 설계기술 등이 적용돼야 한다. 둘째 밥짓기 제어알고리즘은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것이지만 코딩기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밥짓기 종류에 따라 가열 및 뜸들이기 시간 배분 등과 같은 밥짓기 기술에 대한 노하우가 필요한 것이다. 이런 노하우에 따라 제어알고리즘을 구성하고, 코딩해 소프트웨어화하는 것이다. 즉 밥짓기 노하우 알고리즘과 밥솥기술이 있어야 스마트 전기밥솥이 가능하게 되며, 이들이 사용자에게 편리함과 만족감을 주게 된다.

이런 기술들을 우리는 ‘암묵지(暗默知) 기술’이라고 한다. 암묵지 기술이란 학습과 경험을 통해 습득되고 체화되며 언어나 문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기술지식을 말한다. 이런 기술은 다른 사람이나 기업이 짧은 시간에 쉽게 복제하거나 개발할 수 없다. 이런 암묵지 기술이 별로 필요없는 스마트폰을 보면, 생긴 지도 얼마 안 되는 중국의 샤오미가 벌써 애플과 삼성을 넘어서고 있다는 뉴스가 들리고 있다. 국내 제조업이 앞으로 성장 발전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런 암묵지 기술 개발에 힘을 기울이고 앞서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ICT와의 접목뿐만 아니라 새로운 소재, 새로운 구조, 새로운 공정, 새로운 과학적 원리 등이 적용된 제품개발에 힘써야 하며, 따라서 제조업의 스마트화는 기술혁신과 함께 추진돼야 한다. 또 기술혁신에는 ‘스마트한 인력’이 필수적이다. 현재 제조업에 종사하고 獵?인력의 재교육을 통한 스마트화와 더불어 스마트한 젊은 인력이 제조업에 유입될 수 있는 친(親)제조업 분위기가 조성돼야 할 것이다.

올해는 광복 70주년이다. 우리 스스로의 노력으로 제조업 강국의 반열에 올라서 있다. 대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우리 앞에는 독일과 일본 같은 제조업 최강국들이 우뚝 버티고 서 있으며, 뒤로는 중국 인도 베트남 등과 같은 제조업 신흥국들이 맹렬히 추격하고 있다. 이제부터는 열성과 노력만으로 되는 단계가 아니다. 노력을 하더라도 스마트하게 하지 않으면 지금의 안정과 번영을 누리기 힘들지도 모른다. 정부는 단견적이며 지엽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국가 미래를 바라보고 다시 한 번 ‘신제조업 르네상스’가 도래하도록 스마트한 제조업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양민양 < KAIST 교수·기계공학 myyang@kaist.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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