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실크로드로 이어진 경주와 평양

입력 2015-10-02 18:40  

유라시아 문화결속 강화 대축전
한반도 통일 초석 다지는 기회

김관용 < 경북지사 >



지금 경주에서는 실크로드 선상 47개국이 참여한 문화축전 ‘실크로드 경주 2015’가 한창이다. 그 옛날처럼 실크로드를 통해 몰려든 동서양의 진귀한 특산물들이 ‘그랜드 바자르’에 가득 차 있고, 야외 공연장의 이국적인 음악과 공연은 관람객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은근히 퍼져나가는 터키식 케밥 굽는 냄새는 가을날의 식욕을 자극한다.

8세기 콘스탄티노플, 바그다드, 장안(현재의 시안)과 함께 세계 4대 도시였던 천년 고도 신라 경주가 실크로드 동단기점으로 동아시아인은 물론 멀리 서역인들까지 왕래한 열린 사회였다는 사실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고대 실크로드는 신라 서라벌(경주)을 출발해 고구려 평양을 거쳐 당나라 장안, 중앙아시아, 로마까지 연결됐다. 고승 혜초도 대학자 최치원도 이 길을 따라 고행의 여정을 떠났다. 그런 만큼 한반도에서 실크로드의 주요 거점은 남쪽에서는 신라 경주, 북쪽에서는 고구려 평양이었다.

경상북도는 경주에서 터키 이스탄불까지 2만여㎞에 이르는 ‘육상 실크로드(오아시스길)’와 ‘해상 실크로드(바닷길)’를 탐험한 데 이어 올해는 ‘철의 실크로드(초원길)’까지 열었다. 실크로드 선상 국가들은 우리를 반갑게 맞았다. 한류의 영향도 있겠지만 천년 이상 이어온 실크로드의 흔적이 그들의 피 속에 남아 있으리라.

실크로드 경주 2015는 문화 융성뿐 아니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도 그 궤를 같이한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유라시아 대륙 국가들을 경제공동체로 묶어 북한에 직간접적인 개방 압력을 가함으로써 한반도 긴장을 완화해 통일의 초석을 놓는다는 구상이다. 경제로써 통일의 길을 열자는 것인데 비즈니스도 문화가 선행돼야 쉽게 접근할 수 있듯이 경제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문화로써 유라시아 대륙이 하나로 묶여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실크로드 경주 2015는 실크로드로 이어진 유라시아 대륙의 문화적 결속을 강화할 기회다.

이번 행사에서는 ‘한민족 문화관’이란 이름으로 북한관을 열어 북한의 다양한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신라와 더불어 찬란한 문화를 꽃피운 고구려의 유적과 문화를 조명한다. 실크로드의 역사를 통해 남북한 교류의 물꼬를 트려는 것이다. 김훈, 홍철웅, 황경조 등 북한을 대표하는 유명 생존작가 10명의 작품 30점도 전시하고 있다.

실크로드 경주 2015는 오는 18일까지 경주엑스포 공원에서 계속된다. 2년 뒤에 개최될 차기 실크로드 문화축전은 평양에서 열리기를 기대해 본다. 천년 전 실크로드를 통해 세상으로 나아갔던 신라와 고구려처럼 남과 북이 하나가 돼 실크로드 문화공동체를 선도하는 모습은 생각만으로도 가슴 벅찬 일이다.

김관용 < 경북지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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