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1000부 정도 사서 국회에 뿌리고 싶다"
[ 안재석 기자 ] 한국경제신문은 지난 5일 ‘대한민국 미래리포트’라는 제목의 대형 기획 기사를 32면에 걸쳐 게재했다. 일반 뉴스는 뒤로 돌렸다. 필수 기사만 추려 별도 섹션으로 발행했다. 본지 전체를 대한민국의 미래를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데 할애한 것이다. 일반인 5000명과 전문가 400명의 대규모 설문조사 결과도 담았다. 형식과 내용 모두에서 국내 언론 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시도였다.
독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가장 많이 본 뉴스’ 코너에는 이날 오전 내내 대한민국 미래리포트에 실린 주요 기사가 줄줄이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종합과 정치 부문 1위에는 11면에 게재한 ‘나는 오늘도 욕먹는 대한민국 공무원이다’라는 기사가 올랐고, ‘한국 먹여 살렸던 電·車·船 10년내 경쟁력 상실’과 ‘나라 탓하는 헬조선-부모 탓하는 흙수저’ ‘유명학원 가려고 새끼학원 다니는 대치동 아이들’ 등의 기사도 경제 사회 부문 등에서 1~3위를 기록했다. 기사에 대한 논쟁도 치열했다. 기사마다 많게는 4000건가량의 댓글이 달렸다. 수백명씩 ‘좋아요’ 버튼을 누르기도 했다.
메신저와 전화, 이메일로도 독자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대기업에서 퇴직해 중소기업에서 고문으로 일하고 있다는 정실근 씨(65)는 한경 편집국으로 전화를 걸어 “우리나라의 문제를 이렇게 압축적으로 지적한 신문은 처음 본 것 같다. 특히 정치인들이 오늘 신문을 봐야 한다. 내가 돈이 있다면 1000부 정도를 사서 국회에 뿌리고 싶다”고 말했다. 경제부처 고위 관료는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소장해서 두고두고 보겠다”고 했다.
‘이대론 대한민국 미래없다’는 이번 기획의 슬로건에도 공감한다는 의견이 줄을 이었다. 대기업의 한 임원은 “충격적인 지면 구성만 봐도 얼마나 우리나라의 상황이 심각한지 잘 알 것 같았다”고 평가했다. ‘판을 키우자’는 ‘주문’도 들어왔다.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일회성으로 넘기기엔 너무 좋은 내용”이라며 “한국경제학회 등과 공동으로 세미나를 여는 것은 어떠냐”고 제안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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