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 맡은 배우 이선균
[ 유재혁 기자 ] 지난해 여러 영화제 작품상을 휩쓴 ‘끝까지 간다’(345만명)에서 깡으로 위기를 돌파하는 형사 역으로 인기를 모았던 이선균(40·사진)이 자신감과 승부욕으로 넘치는 변호사 역으로 돌아왔다. 오는 8일 개봉하는 ‘성난 변호사’(감독 허종호)에서다. 로펌의 에이스 변호사 변호성이 여대생 살인사건을 맡아 변론하던 중 제약업체의 거대한 비리와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다. 5일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중학생 조카가 시사회를 보고는 재미있다고 하더군요. 어려운 법률용어는 가급적 뺐고, 추리도 따라갈 수 있는 수준입니다. 작품성보다 대중성 위주로 접근했어요.”
극중 신촌 여대생 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를 변호하던 그는 혐의를 벗길 결정적 증거를 확보했지만 돌연 용의자가 범행을 시인하면서 궁지에 몰린다.
“영화 ‘변호인’과 ‘의뢰인’ 등이 사실을 기반으로 펼친 법정 드라마인 데 비해 이 영화는 제가 맡은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한 법정 드라마라 할 수 있죠. 배심원과 관객을 내 편으로 만드는 ÷決?변호사 역을 연기하기 위해 유명 목사와 쇼호스트의 동영상을 보며 연구했어요. 그들은 상대방이 자신의 말을 경청하게 함으로써 신도가 되게 하거나 상품을 팔거든요.”
그는 성공한 목사와 쇼호스트는 혼자 떠드는 게 아니라 상대방과 ‘밀당을 한다’는 공통점을 발견하고 캐릭터에 가져왔다. 변호성 변호사는 법정에 있는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이끌어내면서 변론한다. 다만 장사꾼처럼 보이지 않도록 적당한 선에서 줄타기를 하는 데 신경을 썼다고 했다.
“현장에서 감독, 배우들과 상의하면서 촬영했어요. 검사 역 김고은 씨와 허 감독, 저는 모두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이어서 소통이 잘 됐어요.”
‘끝까지 간다’는 흥행과 작품성을 두루 인정받으면서 그의 연기인생을 바꿔놨다. 그는 “‘이제 얘한테 이런 것을 맡겨도 되겠구나’라는 믿음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끝까지 간다’는 영화를 대하는 태도를 달라지게 했습니다. 얼떨떨한 상태에서 수많은 상을 받으면서 나를 돌아보게 됐죠. 그동안에는 통과하는 것에 만족했을 뿐 우등생이 되려고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 태도가 부끄러워졌어요. 실패하더라도 우등생이 되려고 하는 마음을 가져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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