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귤

입력 2015-10-05 18:17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


귤은 먹기 편한 과일이다. 들고 다니기 쉽고 깎지 않아도 되고 씻을 필요도 없다. 그래서일까. 귤이 지난해 우리 국민이 가장 많이 먹는 과일이 됐다는 소식이다. 1인당 연간 소비량이 14.3㎏에 달했다. 감귤과 개량종인 한라봉 천혜향 등은 포함시켰고 수입오렌지는 제외했다.

1990년대 중반까지 1위였던 사과(9.4㎏)가 2위, 포도(6.5㎏) 배(5.5㎏) 복숭아(4.2㎏) 단감(3.7㎏) 등이 뒤를 이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귤은 바나나와 함께 고급과일에 속했다. 귤껍질을 따로 모아 차를 끓여 마실 정도였다. 그러나 제주에서 감귤이 계속 증산되고 맛까지 좋아지면서 ‘국민 과일’이 됐다.

귤은 ‘남쪽의 귤이 북쪽에 오면 탱자가 된다’는 뜻의 귤화위지(橘化爲枳) 또는 남귤북지(南橘北枳) 등의 고사에서 보듯 산지에 많은 영향을 받는 과일이다. 아열대 기후인 제주에선 조선시대에도 임금에게 진상했다는 기록이 나오지만 제대로 재배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중반이다. 1964년 2월 연두순시차 제주를 찾은 박정희 대통령은 ‘제주도는 식량증산은 염두에 두지 말고 수익성이 높은 감귤을 적극 재배하라’는 특별 지시를 내렸다. 이후 1965년 감귤나무 심기 바람이 불었고 1968년께 장기저리로 감귤과수원 조성자금이 지원되면서 획기적인 증산이 이뤄졌다. 당시엔 한 그루 심으면 자식을 대학까지 보낼 수 있다고 해서 귤나무는 대학나무라고도 불렸다.

제주에서 귤이 많이 생산되지만 세계적으로 볼 때 큰 규모는 아니다. 중국이 연 3300만t을 생산해 세계 1위고, 브라질 미국 인도 등이 1000만t 이상을 생산한다. 한국은 연 68만t 수준으로 26위다. 수출입도 각각 연 3000t, 2000t에 불과하니 내수상품이라 보면 된다.

그런 만큼 제주도는 국내 소비자들을 가장 신경쓰고 있다. 품질을 높이는 것은 물론 가격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저품질 상품이 잘못 유통돼 이미지도 나빠지고 가격도 떨어지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올해부터는 노지밀감 출하일을 통일(10월5일)했고, 30여개 조합이 각각 써오던 브랜드도 ‘귤로장생’이라는 공동브랜드로 통일키로 했다.

하우스 밀감이 본격 나올 때쯤인 12월1일을 ‘감귤데이’로 정해 마케팅에 활용키로 했다. 12브릭스(당도 단위)의 단맛과 1% 미만의 산도가 제주감귤이라는 뜻도 되고 겨울철(12월) 1등(1일) 과일의 의미도 담았다고 한다. 막 출하된 감귤의 달면서도 신 맛을 생각하니 입에 침이 한 바퀴 돈다.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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