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수성에 운명 걸린 롯데 지배구조 개편

입력 2015-10-05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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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공동·잠실 면세점 운영권 갱신여부 결정 한 달 앞으로
실패 땐 호텔롯데 IPO 차질



[ 정영효 기자 ]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서울·부산 시내면세점 운영권(특허) 선정 결과에 자본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 기업공개(IPO) 사상 최대 규모가 예상되는 호텔롯데의 상장과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롯데면세점 서울 소공동 본점과 잠실 월드타워점의 갱신 여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7조원을 들여오는 10월까지 롯데그룹 순환출자의 80%를 해소하고,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핵심 계열사인 호텔롯데를 내년 상반기 중 상장할 계획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8월 형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겪은 직후 밝힌 대로다.

하지만 소공점과 월드타워점의 계약이 오는 12월 만료되는 점이 변수다. 두산그룹과 신세계그룹 등이 신규 면세점 운영권을 신청하며 도전장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에선 지난해 매출(1조9763억원) 기준으로 세계 최대 단일 면세점인 소공점보다 잠실 월드타워점을 둘러싼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가 호텔롯데 계열사인 롯데면세점 운영권의 향방에 주목하는 이유는 호텔롯데에서 차지하는 기업가치(밸류에이션) 비중이 워낙 높아서다. 롯데그룹은 개별 면세점의 실적을 공개하지 않지만 IB업계는 월드타워점이 그룹 전체의 5~10%를 차지할 것으로 추산한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연간 350억~700억원 상당의 순이익으로 지난해 호텔롯데 전체 순익의 19~38%에 해당한다. 여기에 주가수익비율(PER) 25~30배를 적용하면 월드타워점의 가치는 8850억~2조1000억원으로 평가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월드타워점을 잃으면 롯데그룹이 기대하는 가격대에 투자자를 모으는 것이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호텔롯데 IPO 자체가 큰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5년마다 운영권을 심사해 다른 기업에 넘길 수 있도록 한 한국의 제도가 글로벌 경쟁력을 해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위스 미국 프랑스 등의 글로벌 면세점 운영회사들은 몸집을 불려 세계 1위가 되기 위한 혈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2위 면세점 운영회사였던 스위스 듀프리는 지난 1년 새 세계 5~6위 월드듀티프리그룹(WDFG)과 뉘앙스그룹을 잇달아 인수해 세계 1위에 올랐다. 두 회사를 인수하는 데 들인 돈만 55억달러(약 6조6000억원)다.

세계 3위 자리를 놓고 롯데면세점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프랑스 LS트래블리테일도 지난 8월 북미 지역 면세점 운영사인 파라다이스를 5억3000만달러(약 6400억원)에 사들였다. 이들과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롯데로서는 시내 면세점을 잃는 것이 호텔롯데 상장 차질 못지않게 뼈아플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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