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스트법의 필요성이 논의된 게 20년도 더 됐다. 김영삼 정부 출범 때 국회의 제도개선 차원에서 시작됐던 사안이다. 방위산업, 고속철도 같은 조단위의 국책사업이 진행되면 어김없이 뒤따랐던 불법 로비활동의 근절책으로도 논의됐으나 늘 흐지부지돼 버렸다. 변호사 업계와 국회의 반대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대가를 받는 로비활동은 불법’이라는 변호사법이 합법적 로비활동을 원천적으로 막고 있다. 로비활동의 양성화를 위해서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형법의 개정도 필요하지만 국회 내 법조 출신들이 반대하면서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이 카르텔 또한 수십년 적폐인 사시(司試) 기득권의 한 단면이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돈 많은 재벌의 로비를 보장하는 것이라는 허구 주장을 넘어설 때도 됐다. 오히려 그 반대다. 정당 주변과 대형 로펌 등을 통한 음성적인 불법 로비를 차단하자는 것이 로비 양성화의 주된 목적이다. 로비스트는 엄격하게 등록시키고 수임 내용도 투명하게 신고하게 해 세금도 내게 해야 한다. 누가 돈을 얼마나 내는지, 무슨 로비를 하는지 투명하게 밝히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법률을 정하면서 이를 설득하는 사회적 과정’이라는 미국식 로비 개념도 반영할 만하다. 불법 로비가 줄면 정치비용도 줄어든다.
로비에 대한 부정적 시선은 불법·부당한 입법청탁이 횡행하는 것에 대한 경계심 때문이다. 국회의 행태를 보면 우려할 만한 측면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의원회관으로 고급 승용차와 ‘넥타이 부대’가 사철 줄을 잇는 것도 그 때문이다. 입법 활동을 구실로 온갖 불법 로비가 횡행하는 ‘여의도 정치’를 근절할 때가 왔다. 로비에 대한 변호사 독점을 깨는 것은 분명히 투명한 사회로 가는 하나의 루트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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