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발목잡는 바이오시밀러 저가 약가정책

입력 2015-10-06 19:11  

오리지널 약값의 70%로 제한
국내 가격이 수출 가격 기준
개발비 수백억…수익성 악화
"다국적 기업에 시장 뺏길 판"



[ 김형호 기자 ]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 등 바이오시밀러(항체의약품 복제약)를 생산하는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바이오시밀러의 국내 가격 산정 기준이 논란이 되고 있다. 오리지널 대비 70%로 책정된 국내 가격이 해외 진출시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는 보건복지부에 현행 바이오시밀러 가격결정 체계 개선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의 약가결정체계에서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대비 70%에 가격이 결정된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오리지널 가격이 주요 선진국 대비 50~60% 수준에 그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기준으로 70%에 가격을 결정하면 국산 바이오시밀러 가격이 턱없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A항체의약품은 미국 독일 일본 등 주요 7개국에서 50만5415~108만7837원에 가격이 형성된 반면 국내 가격은 39만412원이다. A항체의약품의 바이오시밀러는 이를 기준으로 국내 가격이 오리지널의 70%인 27만3288원에 약가가 결정된다.

문제는 이 같은 국내 가격이 일부 해외 국가에서 誰?가격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몇 년 전 보령제약의 고혈압치료제가 국내의 낮은 가격 때문에 수익성이 맞지 않아 터키 수출에 실패했다”며 “이런 약가제도는 국산 바이오시밀러는 물론 신약 수출에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국가는 국산 신약과 바이오시밀러 가격이 한국보다 높게 결정되면 “제약사가 폭리를 취한다”고 주장하며 약가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개발에 8~10년이 소요되고 개발비도 1000억원에 육박하는 바이오시밀러가 오리지널의 70%를 받는 반면 개발비용과 기간이 짧은 개량신약은 최고가의 90~110%를 받고 있다. 양승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최근 복지부 국정감사에서 “(바이오시밀러가) 신약의 효능을 약간 바꾼 개량신약에 비해 과도하게 차별적이고 불합리하다는 업계의 불만이 있다”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 등 국내 업체들이 해외 경쟁업체보다 앞서가고 있는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불합리한 약가제도 때문에 국내 업체의 ‘선점 효과’가 사라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바이오시밀러 육성을 위해 기준 가격을 오리지널의 80%로 인상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약가산정 규정을 갖고 있는 호주와 스위스는 오리지널 대비 각각 75%, 84%로 바이오시밀러를 개량신약보다 우대하고 있다”며 “국내 바이오산업을 육성하고 바이오시밀러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돕기 위해서는 선도적인 약가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바이오시밀러 쿼터제’나 미국에서 복제약에 적용하고 있?‘환자부담경감제’ 등의 도입을 요청했다. 한 바이오업체 대표는 “일정량에 한해 국내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사용하도록 하는 할당제나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쓰는 환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제도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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