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독창성만 따져 지원"
[ 남윤선 기자 ] ‘해마 치아이랑 신경회로의 분자기전 제어를 통한 정신질환 치료기술 개발.’
삼성이 8일 미래기술육성사업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힌 과제 중 하나다. 삼성의 현재 사업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앞으로 수년 내 상용화될 기술도 아니다. 그런데도 삼성은 이 기술 개발에 최대 10억원의 연구자금을 지원한다. 2013년부터 10년간 계획으로 총 1조5000억원을 이 같은 원천기술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미래 기술을 개발해 노벨상 수상자를 육성하고 국가 차원의 신성장동력 확보를 돕겠다는 취지다.
삼성은 이날 하반기 미래기술육성사업 과제로 기초과학, 소재기술,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38개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기초과학에서는 ‘실리콘 양자점 스핀의 전기적 양자 제어’ 등 14건, 소재 기술에서는 ‘바이러스 멤브레인에 구멍을 뚫는 나노 퍼포레이터’ 등 14건, ICT에서는 ‘저강도 집중초음파 기반 촉감-질감 디스플레이 기술’ 등 10건이 선정됐다.
삼성은 2013년 ‘삼성미래기술연구재단’(이사장 국양 서울대 교수)을 설립하며 이 사업을 시작했다. 미국에서 국가적으로 미래 기술을 찾고 지원하는 고등방위연구계획국(DARPA)과 국가과학재단(NSF)을 벤치마킹했다.
지원 경험이 있는 한 교수는 “한국에서 가장 창의적인 연구과제를 엄격하게 뽑는 곳”이라고 말했다. 많은 국가지원 사업이 바이오 등 ‘유행’에 휩쓸려 지원 과제를 선정하는 경향이 있지만, 삼성은 분야에 상관없이 연구의 독창성이나 창의성을 더 많이 본다는 설명이다. 세계 유명 학술지 게재 경력이나 연구자의 ‘명성’도 고려하지 않는다. 이번에 기초과학 분야에서 대표 수상을 하는 김도헌 연세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1979년생으로 올해 36세다. 올해 처음 연세대 교수로 취임했지만 삼성의 지원을 받게 됐다.
많은 전문가는 한국에서 노벨상이 나오지 않는 이유로 미래를 내다본 장기적인 지원이 없다는 점을 꼽는다. 중국 정부는 1960년부터 중의학(中醫學)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지난 5년 동안에만 관련 분야에 635억원을 투자했다. 그 결과 투유유 중국 중의과학원 교수가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학계 관계자는 “삼성의 미래기술육성사업은 10년 뒤 삼성의 미래 사업 개발에도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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