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등 20여개사, 부가세 환급 놓고 국세청과 공방
[ 이지훈 기자 ] 카드회사들이 지난해 1월 발생한 1억여건의 고객 정보유출 사태 피해자와 1000억원대 소송을 벌이고 있다. 피해자들이 정보유출로 인한 정신적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와 별도로 카드업계는 국세청을 상대로 1100억원 규모의 부가가치세 환급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카드사들이 소비자와 국세청과 각각 벌이는 소송전 결과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관리감독 책임 놓고 공방
지난 7일 서울 중앙지법에서는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로 개인정보가 새어 나간 피해자들이 KB국민카드를 상대로 제기한 ‘정보유출로 인한 정신적 손해배상’ 청구사건 공판이 열렸다. 소송을 제기한 정보유출 피해자는 “암호화 조치 부주의 및 관리감독 소홀 등으로 고객 정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이 카드사에 있다”며 카드사 측에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KB국민카드 측은 “이 사건은 KCB(코리아크레딧뷰로) 직원인 박씨의 개인 범죄”라며 “당시 법 규정상 개인정보 암호화 조치는 의무사항이 아니었다”고 맞섰다.
KB국민카드는 이 같은 102건의 정신적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상태다. 손해배상 청구액을 모두 합하면 530억원에 달한다. KB국민카드 외에도 정보유출 당사자인 롯데카드와 농협카드도 각각 354억원, 151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3개사의 피해보상액 규모를 합치면 1000억원이 넘는다.
카드사 정보유출 사건은 지난해 1월 KCB 직원 박씨에 의해 약 1억건의 고객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카드사 영업정지로까지 이어졌다. 당시 FDS(이상거래방지시스템) 개발 프로젝트를 담당하던 박씨가 카드사에서 개인 정보를 빼돌렸다.
정보유출 사태 이후 개정된 신용정보법에서는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는 구체적인 피해 입증 없이도 신용정보가 유출됐다는 사실만 증명하면 최대 300만원까지 보상받을 수 있다. 카드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인 강모씨는 “사건 직후 여론이 들끓을 때 피해 보상을 위해 모든 것을 다 하겠다고 해놓고 이제 와 카드사들이 딴소리를 하고 있다”며 “법리적 해석만 앞세워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수료=분담금 여부 논란
카드사들은 국세청을 상대로는 1100억원 규모의 부가가치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벌이고 있다. 신한카드는 소송가액이 375억원에 달한다.
국세청은 2013년 국내 카드사를 상대로 브랜드 및 결제망 이용 대가로 브랜드 카드사(비자·마스타카드)에 지급하고 있는 수수료에 대해 약 1100억원을 과세했다.
카드사와 국세청은 수수료의 성격을 놓고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카드사들은 해당 수수료가 부가가치세 징수 대상이 아닌 분담금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국세청은 이를 부가가치세 징수 대상인 브랜드 사용료라고 판단하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국세청과 소비자를 상대로 한 소송인 만큼 카드사들엔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수천억원의 돈이 걸려 있어 법적인 대응을 하지 않을 수도 없는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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