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스·우스트히즌 '남아공 짝꿍' 무패
데이 1승도 못 올려…레시먼, 스피스 제압
빌 하스 "아버지 기대에 부응해 행복하다"
악천후 속 2003년 대회 이후 최고 명승부
[ 이관우 기자 ]
“아! 어떡해.”
11일 2015 프레지던츠컵 마지막 경기인 싱글매치플레이가 열린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GC 18번홀. 홀 주변을 빽빽이 둘러싼 수만명의 갤러리 사이에서 안타까운 탄식이 터져나왔다.
전날까지 중간성적 2승1무로 인터내셔널팀의 선전에 혁혁한 공을 세운 배상문(29)이 언덕 위 홀컵을 향해 30m짜리 어프로치를 시도하다가 ‘뒤땅’을 치고 만 것이다. 마지막 경기를 비겨 팀에 0.5점을 안겨주고 종합성적 무승부에 기여하고 싶었던 배상문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쥔 채 주저앉았다. 빌 하스(미국)의 세컨드 샷이 벙커에 들어가 있었던 터. 그만큼 어프로치로 홀컵 가까이 붙이기만 했어도 하스에게 엄청난 압박을 줄 수 있던 기회였다. 네 번째 어프로치마저 홀컵을 훌쩍 넘겨버린 배상문은 하스가 벙커샷을 홀컵 근처에 붙이자 모자를 벗으며 패배를 인정했다.
앞서 끝난 11개의 경기까지 14.5 대 14.5로 팽팽한 접전을 펼친 인터내셔널팀은 배상문의 패배로 12년 만에 잡은 무승부 기회를 아쉽게 날리고 말았다.
미국팀 9승1무1패 … 최강 확인
인터내셔널팀은 지난 8일부터 나흘간 펼쳐진 2015 프레지던츠컵 대회에서 미국팀에 15.5 대 14.5로 무릎을 꿇었다. 미국은 2005년 대회부터 6회 연속 우승을 차지해 인터내셔널팀과 역대 전적에서도 9승1무1패의 압도적인 우위를 확인했다. 전날까지 벌어진 포섬, 포볼경기에서 9.5 대 8.5로 1점 차 우세를 지킨 미국팀은 마지막날 개인 싱글매치에서 5승2무5패로 ‘세계 최강’ 골프 강국의 자존심을 확인했다.
브리티시오픈 우승자인 잭 존슨이 인터내셔널팀 에이스인 제이슨 데이(호주)를 3&2(두 홀을 남겨둔 상황에서 세 홀 차로 승리)로 제압했고, 쇼트게임의 달인 필 미켈슨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강자 찰 슈워젤에게 4개홀 남겨둔 상황에서 5홀 차로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짓는 등 기대했던 ‘실력자’들이 승수를 차근차근 쌓아준 덕에 인터내셔널팀의 거센 추격을 뿌리쳤다. 특히 기대하지 않았던 세계랭킹 27위 크리스 커크(미국)는 인도의 영웅 아니르반 라히리의 마지막 홀 1m 퍼팅 실수에 힘입어 미국팀에 1승을 ‘선물’했다. 배상문을 마지막 경기에서 꺾은 빌 하스는 “처음 아버지(제이 하스 미국팀 단장)로부터 출전 통보를 받았을 때 부담이 엄청났다. 아버 熾?팀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아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변 또 이변…반전 드라마 속출
한국, 남아공, 호주 등 7개 국가의 대표 선수로 구성된 인터내셔널팀은 객관적 실력이 미국팀에 뒤졌다. 하지만 2003년 남아공 대회에서 이룬 무승부 이래로 최고의 명승부를 펼치며 선전했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악천후 속에서 인터내셔널팀은 두 번째 주자인 애덤 스콧(호주)이 미국의 ‘신성’ 리키 파울러(미국)에게 6홀차 완승을 거두고, 1번 주자 루이 우스트히즌(남아공)이 패트릭 리드(미국)와의 경기에서 무승부를 끌어내며 압도적인 응원을 펼친 ‘세계연합’ 갤러리들의 기대감을 키웠다.
이날 미국팀을 끝까지 긴장케 한 ‘수훈갑’은 남아공 듀오로, 전날까지 전승을 올린 브랜든 그레이스와 루이 우스트히즌. 영상 9도 안팎의 추운 날씨에 힘들어하던 우스트히즌은 미국의 패트릭 리드를 맞아 17번홀까지 1다운으로 끌려갔다. 하지만 마지막 18번홀에 천금 같은 이글을 잡아내며 기울던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4승1무. 미국의 강호 맷 쿠차를 꺾은 그레이스(5승)와 함께 무패의 신화를 쓴 것이다. 둘은 남아공의 골프 영웅 어니 엘스 재단의 도움을 받아 골프를 배운 ‘엘스 키즈’로 호흡을 맞춰 팀에 5.5점을 보태는 수훈을 합작했다. 팀 전체가 따낸 점수의 3분의 1을 넘는 성적이다.
이변도 속출했다. 세계랭킹 2위로 인터내셔널팀의 에이스로 여겼던 제이슨 데이가 다섯 번의 경기에서 단 1승도 올리지 못했다. 마크 레시먼(호주)은 미국팀의 에이스 조던 스피스를 1홀 차로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처음 출전한 배상문 역시 마 嗤?경기에 패하긴 했지만 뉴질랜드 동포 대니 리(한국명 이진명)와 함께 팀에 2.5점을 안기며 닉 프라이스 인터내셔널팀 단장의 최종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배상문은 “긴장한 탓인지 샷이 안 돼 화가 많이 났다. 다음 출전에서 꼭 팀에 우승컵을 안기고 싶다”고 아쉬워했다.
인천=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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