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원유수출 재개 '8부 능선' 넘었다

입력 2015-10-11 18:49  

미국 하원 본회의서 '원유수출법' 통과…내주 상원 이관

오바마 거부권 행사가 관건



[ 워싱턴=박수진 기자 ] 세계 에너지 시장의 틀을 바꿀 미국 원유수출법이 지난 9일 미 연방하원을 통과했다. 미 원유수출을 위한 ‘8부 능선’을 넘은 것으로 평가된다. 앞으로 상원을 통과한 뒤 백악관의 서명을 얻으면 40년 동안 미국산 원유 및 천연가스의 수출길을 막았던 장벽이 무너지면서 세계 에너지 시장에 일대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원유수출법 한 달 만에 전격 표결 처리

미 하원은 이날 본회의를 열고 1975년 이후 원유 및 천연가스 수출을 금지했던 법안의 폐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원유수출법을 표결에 부쳐 찬성 261표, 반대 159표로 통과시켰다. 법안은 지난달 9일 에너지·통상위원회 소위를 처음 통과한 뒤 한 달 만에 초고속으로 처리됐다. 공화당 주도로 발의된 이 법안엔 민주당 의원 26명도 찬성표를 던졌다. 법안은 이번주 상원으로 이관돼 처리 절차를 밟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상원에서도 다수당인 공화당이 주도해 비슷한 법안을 별도로 처리하고 있다”며 “에너지 수瘦北?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어 연내 의회 처리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상원에서는 앞서 지난 1일 은행위원회가 대(對)이란 제재 철회와 미국 원유 수출 허용을 연계한 법안을 찬성 13표, 반대 9표로 통과시켰다. 상·하원은 앞으로 두 법안을 병합해 각각 상·하원에서 다시 처리하는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이란 수출 터주면서 美 수출 왜 막나”

미국은 1차 오일 쇼크가 있었던 1975년 이후 에너지 안보를 이유로 자국산 원유와 천연가스 수출을 금지해왔다. 그러나 제한적으로 원유에 대해서는 인근 캐나다와 멕시코에 하루 50만배럴 이하로, 천연가스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 위주로 에너지부 승인을 거쳐 제한적으로 수출을 허용하고 있다.

에너지업계는 그러나 이런 제한적인 수출로는 늘어나는 미 원유 및 천연가스 생산량에 대처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원유 생산량은 하루 936만배럴(지난 7월 말 기준)로 2008년 대비 80% 늘었다.

원유업계는 핵 협상을 통해 이란의 원유 수출길을 터주면서 자국 업계의 수출길을 막는 것은 모순이며, 일자리와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는 원유수출을 반대하는 것도 맞지 않는다며 수출금지법 폐지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업계는 하반기 들어 수출 재개로 인한 혜택을 설득하는 TV 광고를 시작했다. 또 일본과 한국, 체코 등 원유수출 재개 시 혜택을 보게 될 나라들이 외교 채널을 통해 미 행정부에 원유수출을 재개해줄 것을 요청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백악관이 변수

미 언론들은 민주당의 반대가 있긴 하지만 법안이 상원에서도 큰 무리 없이 처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백악관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금은 (원유 수출금지법을 폐지할) 때가 아니다”며 거부권 행사 의사를 밝혔다. 채굴이 확대되면 환경 파괴가 심각해지고 미국산 원유수출로 미국 내 기름 가격이 오를 수 있으며, 원유수출보다는 친환경 에너지 정책으로의 전환이 더 시급하다는 이유에서다.

WSJ는 “백악관의 거부 논평 강도가 예상보다 세지 않다는 점이 주목된다”고 지적했다.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등의 논리로 의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키면 백악관이 마지못해 수용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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