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로 보는 재테크] 주맥(主脈)은 곧 산의 탯줄

입력 2015-10-12 07:05  

[ 김진수 기자 ] 등위를 매겨 줄 세우기를 좋아하는 것은 서양이나 동양이나 비슷하다. 줄의 길이도 국내는 기본 50위요, 해외는 최소 500위까지다.

세계 최고 관광지 상위 500위에 한국에선 창덕궁이 가장 높은 194위다. 선정 이유가 관심을 끈다. ‘풍수 사상에 입각해 지어진 조선 궁궐은 14세기의 세련된 세상으로 통하는 관문으로, 서울 도심 복판에 살아 남았다는 것이 놀랍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여행 출판사 ‘론리플래닛’의 평가니 어쨌거나 반갑다.

여기에 더해 북한 평양 ‘만수대 김일성·김정일 동상’은 414위다. 1694년 임금의 장수를 기원해 붙여진 이름처럼 만수대(萬壽臺)는 ‘북한의 김일성 일가 숭배문화를 경험할 수 있어 매력적인 관광지’가 됐다. 시간의 화살이 역사가 되듯, 장소의 사연이 정체성이 된 것이다.

만수대는 한때 일본이 일본인 매장지로 쓰기 위해 무던히도 애썼던 곳이다. 임금이 곧 국가이던 시대, 최고 권력자의 만수(萬壽) 염원을 담은 생지(生地)를 사지(死地)로 탈바꿈시키려던 식민정책은 망국을 뜻했다. 이 사실을 간파한 평양 감영은 1895년 4월 정부에 묘지는 불가하다는 탄원서를 제출한다. 이에 주한일본공사관은 평양 병참감부에 근처 묘지까지 합장하여 영구 보존되도록 석비를 건립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평양감사의 고심은 날로 깊어지고 끝내 다음과 같은 한 장의 회신을 던진다. ‘우리나라는 풍수지리설을 전적으로 믿기 때문에 만수대는 본영의 주맥(主脈)이라고 모든 관료와 백성이 말하고 있습니다. 이왕 합총하려면 좋은 곳을 택하여…’라며 기개를 보인다.

맥(脈)은 몸속을 흐르는 피(血)와 시내가 여러 갈래로 흐르는 파(派)의 합이다. 줄이면 몸속의 혈관이다. 여기에 주인 주(主)가 떡하니 붙으면 동맥과 정맥 같은 주요 혈관이 된다.

나아가 주맥은 곧 산의 탯줄이다. 탯줄은 어미와 배 속 태아와의 생명 교통 장소이자 생명력의 상징이다. 탯줄이 끊기면 생명이 죽고, 주맥을 뭉개면 대지가 아프다. 아픈 대지는 생명사랑을 실천할 수 없고 생명을 키우는 일에 전념할 수 없다. 다시 말하면 대지 위의 모든 생명들이 아노미 상태에 처해 진다.

이것은 작게는 선영을 모시거나 크게는 도시개발사업을 통한 택지를 조성할 때 반드시 살펴야 하는 요소다. 노련한 의사는 수술대에 오른 환자의 중요 혈관을 요령껏 피해 간다. 죽고 사는 것이 순간이듯 한 도시의 생명 살리기도 마찬가지다. 디벨로퍼는 도시를 변화시키는 사람이다.

정체성을 부여하는 실질적인 통찰력을 가져야 한다.

강해연 < KNL 디자인그룹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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