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 포인트] 소송만능주의, 제도개선 시급하다

입력 2015-10-12 18:20   수정 2015-10-13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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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신 <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위원 >


흔히 미국을 ‘소송 공화국’이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2013년 미국의 연간 민·형사 소송 건수는 2980만건이나 되고, 변호사도 130만명을 헤아린다. 변호사들이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소송을 남발한다는 말도 나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미국에만 국한된 것일까.

대법원이 발행한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4년 한국의 변호사 수는 약 2만6000명이며, 민·형사 소송 건수는 650만건에 이른다. 변호사 수 대비 소송 건수는 한국이 미국의 11배이며, 인구 대비로는 일본의 네 배가 넘는다. 어느 시대, 어떤 사회나 갈등이 있기 마련이지만 우리 사회의 소송 건수는 상상을 초월한다.

소송 공화국의 오명을 씻기 위해서는 변호사 숫자를 적정 수준으로 조정하는 게 중요하다. 서울에 집중된 변호사들이 전국에 고루 분산될 수 있도록 유인을 제공할 필요가 있으며, 회사 근무 변호사 숫자를 늘리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로스쿨파와 사법시험 존치파가 나뉘어 밥그릇 싸움을 하는 것 같은 요즘 법조계 풍토도 안타깝다.

법제도의 합리적 개선도 필요하다. 변호사에게 변리사·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하는 현행 제도는 시대 조류에 역행하는 것이다. 피고가 원고에게 어느 정도 손해를 입힌 것인지를 원고가 전부 입증해야 하는 손해배상제도에서의 입증방법, 입증책임 및 손해배상액 등을 개선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삼성·애플 사건이 미국에서는 조(兆) 단위의 손해배상액이 판결로 나오는데 2012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삼성과 애플사에 대해 각각 2500만원과 4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법조인의 실력이 아닌 한국의 비합리적인 법제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또 무조건 대법원까지 소송을 끌고 가는 사회 풍토의 배경에는 패소해도 대법원 규칙에 따라 소송비용 일부만 승소한 쪽에 배상하도록 한 제도상의 문제가 있다. 타협을 모르는 정치 풍토와 한건주의 덕을 본 사람들의 행태도 문제다. 건전한 상식을 가지고 중재, 조정 또는 화해절차를 통해 시비를 가리는 사회지도층의 솔선수범과 제도적 보완이 절실하다.

소송만능주의의 폐단을 불식시켜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복지예산이 늘어나도 국민행복지수는 그에 반비례해 떨어질 것이다.

김명신 <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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