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사회환원 경쟁…'수성' 롯데 1500억vs'공격' 두산 영업익 10% 푼다

입력 2015-10-12 19:00  


"롯데면세점은 2020년까지 세계 1위를 달성하고, 1500억 원의 상생기금을 바탕으로 창조경제와 나눔문화 확산에 기여하겠습니다."(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면세점 사업에서 발생하는 영업이익의 최소 10%를 순수한 기부금으로 사회에 환원할 계획입니다. 별도 재원을 들여 중소·중견기업을 지원하겠습니다."(동현수 두산 사장)

12일 롯데면세점과 두산 등 서울 2차 면세점 대전 참전기업들이 간담회를 열고 사회환원 카드를 꺼내들었다. 롯데면세점은 향후 5년간 1500억 원의 상생기금을 조성한다는 방안을, 두산은 영업이익의 10%를 기부하겠다는 복안을 제시했다.

◆롯데면세점 "2020년까지 세계 1위 달성…사회공헌에 1500억 푼다"

롯데면세점은 그룹 총수인 신동빈 회장이 직접 나서 2020년까지 1500억 원의 사회공헌 계획을 발표했다.

신 회장은 인천 중구 운서동 소재 롯데면세점 제2통합물류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상생 2020' 비전을 선포했다.

신 회장은 "롯데면세점이 35년간 쉬지 않고 달려온 결과 세계 3위의 면세사업자로 성장했다" 며 "2020년까지 세계 1위를 달성하고, 1500억 원의 상생기금을 바탕으로 창조경제와 나눔문화 확산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상생 2020은 중소·중견기업과의 상생, 취약 계층 자립 지원, 관광인프라 개선, 일자리 확대 등 네 가지 핵심 추진과제를 포함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이 같은 과제의 실천 방안으로 중소파트너사 동반성장펀드 조성, 중소브랜드 매장면적 확대, 인큐베이팅관 도입, 취약계층 자립지원 등을 내놨다. 이를 위해 2020년까지 5년간 총 1500억 원을 사용하기로 했다.

상생 2020에는 동반성장펀드를 비롯한 중소·중견기업과 지역 중소상인들이 롯데면세점에서 안정적으로 상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다수 포함시켰다. 롯데면세점은 총 200억 원 규모의 동반성장펀드를 조성해 우수 협력사들의 성장을 돕는 기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중소브랜드 매장 면적도 현재의 두 배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소공점과 월드타워점의 중소기업 매장 면적을 현재 각각 1505㎡,1318㎡에서 내년 12월까지 2805㎡, 2975㎡로 넓히기로 했다.

중소브랜드 해외시장 진출을 돕는 상생 모델인 '인큐베이팅관'을 운영한다는 복안도 내놨다. 이는 가능성 있는 중소브랜드를 발굴해 면세점 판매는 물론 홍보지원 등을 통해 해외시장 진출을 돕는 육성 프로그램이다. 이를 위해 전담조직인 '동반성장팀'을 올해 안에 신설할 예정이다.

롯데면세점은 이 같은 프로그램을 꾸준히 지원, 국내 중소브랜드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3600억원 규모인 본점 및 월드타워점 내 중소브랜드 매출을 2020년에는 4배 가까운 1조3500억원 규모로 늘리는 게 목표다.

롯데그룹 총수인 신 회장이 계열사 간담회에 참석한 것은 이례적이다. 신 회장이 직접 챙기기에 나서면서 경영권 분쟁으로 불거진 '반(反)롯데' 정서를 넘어 소공점(특허만료일 12월22일)과 롯데월드점(12월31일) 두 곳을 모두 지켜낼 수 있을지 관심이다. 롯데월드점의 경우 '2차 면세점 대전'에서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이다. 기존 운영자인 롯데면세점 외에 신세계디에프, 두산, SK네트웍스가 모두 특허를 신청한 상태다.

◆두산 "영업익 10% 기부…동대문 상권 활성화에 면세점 필수"

두산은 면세점 사업에서 발생하는 영업이익의 최소 10%를 순수 기부금으로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복안을 내놨다.

동현수 두산 사장은 이날 서울 중구 을지로6가 소재 두산타워의 한 식당에서 간담회를 열고 사회기여·상생형 면세점으로 운영하겠다는 지침을 전하며 이 같이 밝혔다.

두산은 두산타워에 '두타면세점'을 조성하기 위해 연내 특허가 끝나는 워커힐면세점(11월16일), 롯데면세점 소공점, 롯데월드점 세 곳 모두에 대해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상태다. 신규 사업자로 선정되면 두타의 약 9개 층에서 1만7000㎡ 규모의 면세점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두산은 동대문 상권 활성화 차원에서 두타면세점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 경기 침체 영향으로 동대문 상권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면세점 연계 프로그램을 활용, 골목상권과의 상생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동 사장은 "동대문 지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연간 710만명으로 명동의 5분의 4 수준인데, 지출 규모는 30%에 불과하다"면서 "면세점 입점 후 5년 간 동대문 지역에 신규 유치되는 관광객은 1300만 명 규모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두산은 인근 대형 쇼핑몰과 연계한 'K스타일 타운'을 조성하기로 했다. 늦은 저녁 쇼핑객이 많이 몰리는 동대문 지역 특성을 고려해 '심야 면세점' 운영 방안도 검토 중이다.

두산은 신규 사업자로 선정되면 특허를 잃은 사업장 관련 협력사와 인력을 최대한 흡수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기존 사업자와 거래하던 협력사와 뒤이어 거래해 사업 손실을 최소화하고 기존 물류사업자의 설비와 시설을 그대로 사용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는 설명이다.

동 사장은 "면세사업부 직원을 전원 정규직화 할 것"이라며 "소외·취약 계층을 10% 이상 채용하고 청년 고용비율을 46%수준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생 차원에서 국내 브랜드 매장의 면적을 최대 40%까지 늘려 국내 최대 수준으로 선보인다는 안도 내놨다. 면세점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국내 중소·중견기업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면적을 할애하겠다는 설명이다. 이에 국내 브랜드를 매년 30개 이상 발굴, 면세점을 통한 해외 판로 지원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신규 면세 사업자의 취약점으로 꼽히는 브랜드 입점 유치도 자신했다. '루이비통', '샤넬' 등 최상위 고급 브랜드를 포함한 460여개 브랜드로부터 입점의향서(LOI)를 받아 놓은 상태란 점을 동 사장은 강조했다. 이는 두산그룹 내 글로벌 패션 매거진 사업부가 쌓은 유명 브랜드와의 네트워크를 활용한 결과라고 전했다.

◆ 신세계, CJ E&M과 상생 협약…SK "이번주에 세부계획 발표"

신세계도 중소·중견 기업 및 전통시장과의 상생 모델을 내세웠다. 중소·중견기업 제품 판매 면적 확장을 위해 신세계 본점 신관을 시내면세점 입지로 선택했다.

최근에는 CJ E&M과 '상생 협약식'을 체결, 서울 명동과 남대문 지역을 잇는 '한류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SK그룹은 이번주 중으로 보다 상세한 면세점 사업 계획을 내놓을 예정이다. 워커힐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SK네트웍스는 기존 면세점을 수성하는 동시에 롯데면세점의 월드타워점 쟁탈전에 참여한 상태다. 동대문 상권 활성화를 기치로 케레스타 빌딩을 입지로 내세워 면세점 추가 확보에 나섰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이번주 중으로 면세점 사업의 사회 환원안 등 보다 상세한 계획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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