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은 기자 ] 미국의 컴퓨터 제조회사 델이 데이터 저장 등에 강점이 있는 미국 소프트웨어 회사 EMC를 670억달러(약 76조6000억원)에 인수했다. 사상 최대 규모의 정보기술(IT) 업계 인수합병(M&A)이다.
델은 12일 EMC 주주에게 주당 24.05달러의 현금과 EMC 자회사인 VM웨어 부문에 대한 트래킹주식을 주는 방식으로 EMC를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트래킹주식은 어떤 기업의 성장성이 높은 사업부문을 떼어내 이 부분에 대한 주식을 따로 발행하는 것이다. VM웨어는 EMC가 지분 80%를 보유한 330억달러짜리 가상현실 소프트웨어 자회사다.
EMC 주주가 받게 되는 VM웨어의 주당 주식 가치가 약 9달러로 계산됐기 때문에 EMC 주주들은 총 33.15달러어치의 보상을 받는 셈이다. 이는 지난 7일 EMC 종가에 28% 프리미엄을 얹은 것이다.
합병을 위해 창업주인 마이클 델(사진)과 MSD파트너스, 실버레이크, 테마섹 등이 인수자금을 댔고 금융권에서 대출도 받았다. 델 등은 통합법인 주식 70%를 소유하게 된다. 델과 EMC는 EMC 주주들의 동의 절차와 규제당국의 승인 절차 등이 내년 10월까지 마무리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두 회사는 이날 발표문에서 “두 회사의 상호보완적인 제품 포트폴리오와 영업조직, 연구개발(R&D) 투자전략을 통해 2조달러 규모의 IT 시장에서 리더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합병 후 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영역인 디지털 혁신, 소프트웨어 정의 데이터센터,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모바일, 보안 등에서 큰 역량을 발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투치 EMC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양사의 합병이 완료될 때까지만 EMC를 이끈다. 이후 델과 EMC가 합친 합병법인의 회장 겸 CEO는 마이클 델 회장이 맡을 예정이다. 합병법인의 매출은 800억달러(약 91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그간 EMC에 VM웨어 등 알짜 자회사를 분사해 주가를 부양하라고 요구해온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VM웨어의 트래킹주식을 받을 수 있게 돼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에릭 고든 미시간대 로스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델은 과거 IBM이 했듯이 기업 고객에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한꺼번에 제공하는) ‘원스톱 서비스’를 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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