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3조 이상 실탄 동원 강점, 증권업 M&A 시너지는 미미
미래에셋, 해외 진출에 강력한 시너지…기존 주주 설득 관건
한국투자, 독보적 1위 증권사 출범…인터넷 은행 투자 부담
이 기사는 10월12일(05:0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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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2위 증권사 대우증권 인수전이 KB금융지주와 미래에셋그룹, 한국금융지주간 3파전 구도로 압축되고 있다. 자금력에선 KB금융이 앞서지만 인수·합병(M&A) 시너지 측면에선 미래에셋이나 한국금융이 앞선다는 분석이다. 저금리 시대 금융 산업 먹거리를 증권업에서 찾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대우증권 몸값이 뛰고 있다는 관측이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B금융과 미래에셋은 각각 내달 2일 예정된 대우증권 예비입찰에 참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국투자금융은 인수 가격 대비 시너지 효과 등을 검토 중이며 이달 중 가부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해외에서는 대만의 대형 보험그룹 푸본금융이 인수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잠재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중국의 시틱, 안방그룹이나 신한금융지주는 불참한다는 방침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측의 한 관계자는 “현재 시점에서 해외 인수 후보를 포함 총 4곳 안팎의 인수 후보자가 입찰에 참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KB금융 1순위 후보…자금력 동원 능력 강점
KB금융은 자금 동원력 측면에서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지목된다. 자회사인 국민은행 배당으로만 3조원 이상의 실탄을 마련할 수 있다.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도 있다. KB금융 고위 관계자는 “3000만명의 KB금융 고객들에게 펀드, ELS(주가연계증권), DLS(파생결합증권)과 같은 중위험 중수익 금융상품을 적절하게 제공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M&A 시너지가 크다”며 “기업 고객들에게도 직접금융(회사채 발행, 유상증자)과 간접금융(대출)을 조합한 컨설팅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쟁사와 비교해 취약한 비은행 사업 비중을 늘릴 수 있다는 점도 매력 포인트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M&A 시너지 효과에 따라 인수 가격이 정해질 것”이라며 “어떤 부문에서 시너지가 날 수 있는 지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권 교체기마다 경영진이 바뀌는 불안정한 지배구조에 은행 계열사 임원들의 낙하산 인사 관행 때문에 KB금융의 대우증권 인수가 국내 증권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게 증권가 분석이다. 한 증권사 대표는 “KB금융이 대우증권을 인수하는 것은 KDB산업은행이 대우증권을 갖고 있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며 “기존 증권사 경영진들에게 가장 편안한 시나리오”라고 전했다.
◆미래에셋 “해외 투자 플랫폼 활용”
반면 미래에셋그룹이나 한국투자금융지주가 대우증권을 인수할 경우 민간이 주도하는 증권산업 ‘빅뱅(대개혁)’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미래에셋증권이나 한국투자증권이 대우증권과 합병할 경우 자기자본 7조원대 증권사가 출범한다. 기존 1위 그룹인 NH증권(4조50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압도적 1위다. 두 회사 모두 개인 대주주가 창업 또는 M&A를 통해 2000년 이후 회사 덩치와 수익성을 확 키웠다는 공통점이 있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저금리 저성장 시대에 증권 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최고 경쟁력을 갖춘 대형 증권사가 필요하다”며 대우증권 인수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주도로 출범하는 인터넷은행을 포기한 것도 국내 금융 산업은 민간 주도로 발전해야 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미래에셋의 고위 관계자는 “대우증권 인수하겠다는 박 회장의 의지가 예상외로 강하다”고 전했다. 미래에셋은 대우증권 인수를 위해 1조원 규모의 주주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배수진’도 쳤다.
이 관계자는 “이미 미국 홍콩 브라질 베트남 등 지역에 활발하게 진출한 자산운용사와 협업할 경우 자기 자본으로 해외 상품에 투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중수익 중위험의 금융상품을 일반 투자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며 “미래에셋만이 대우증권을 해외 진출을 위한 강력한 플랫폼으로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의 약점은 박 회장의 이런 경영 전략에 대해 미심쩍어 하는 주주들을 설득하는 일이다. 미래에셋증권의 주가는 유상증자를 발표한 지난달 9일 3만9000원에서 지난 8일 2만6400원으로 한달 사이 33%가량 급락했다. 같은 기간 경쟁사인 NH투자증권이나 삼성증권의 주가 움직임은 거의 없었다.
대형로펌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고평가된 회사가 저평가된 회사를 인수해 합병하는 것이 인수 회사 주주 입장에서는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라며 “반대의 경우 합병으로 인해 주주 지분율이 큰 폭으로 희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주가 수준으로 따지면 대우증권은 주가순자산비율(PBR) 0.94배, 미래에셋증권은 0.49배다. 대우증권에 대해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불하면 이 격차는 더 벌어진다. 미래에셋의 경영진이 “적절한 값에 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한국투자금융 “합병 시너지 가장 크다”
한국투자금융은 “인수 후보들 중 합병에 따르는 시너지 효과가 가장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형 증권사들이 가장 경계하는 시나리오다. 한국투자증권 고위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과 대우증권이 합병한 후 대우증권의 리테일 고객들을 활용할 경우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며 “합병후통합(PMI)에 대해서도 상당한 노하우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2005년 동원증권이 인수할 당시 업계 6위권 증권사였던 한국투자증권은 10년이 흐른 현재 순이익 측면에서 증권업계 1위를 4년째 고수하고 있다. 브로커리지 업무, 자산관리, IB 사업부가 각각 40%, 30%, 30% 수준으로 다변화된 수 ?구조도 합병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 대우증권의 자기자본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사 안팎에서는 한국투자금융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인터넷 전문은행이 대우증권 인수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한국금융이 참여하고 있는 카카오뱅크 컨소시엄은 올 연말 예비 인가 신청을 받은 후 3000억원 안팎을 자본금을 단기간 가파르게 늘리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신사업(인터넷 전문은행)과 대우증권에 동시에 자금을 투입할 여력은 많지 않다는 분석.
대주주인 김남구 그룹 부회장 측이 갖고 있는 한국투자금융지주 지분(22.6%)이 많지 않은 점도 약점으로 지목된다. 대우증권 인수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대주주 지분율이 더 낮아질 수 있어서다. 김 부회장은 아직 대우증권 인수 추진 여부에 대해 가타부타 결론을 내지 않고 있다.
대우증권 인수 후보자들의 윤곽은 내달 2일 예비입찰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이후 인수자 실사 등을 거쳐 연말 연초 본입찰 후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될 예정이다. 매각 대상 지분(43%)의 시가(주당 1만2000원)는 약 1조7000억원이지만 경쟁이 가열될 경우 몸값이 3조원 안팎까지 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좌동욱/유창재/김은정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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