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증인 채택 16대의 2배
관련사업 백지화 등 부작용 속출
[ 서욱진 / 김순신 기자 ] 국회의 가장 큰 폐해 중 하나는 국정감사다. 증인을 무조건 많이 불러놓고, 그저 호통치거나 윽박지르면서 국회의원의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식으로 국감이 진행되면서 ‘국감무용론’도 거세지고 있다.
국감이 부활한 것은 1987년. 28년이 지나면서 자리를 잡을 만도 하지만, 국감은 오히려 퇴행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기업인들을 무더기로 불러놓고 면박주기를 반복하면서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국감포비아(국감공포증)’도 생겨났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9대 국회에서 실시된 네 번의 국감에 소환된 기업인은 평균 124명이었다. 16대 국회(57.5명)의 2.1배에 달했다. 이에 비해 전체 일반인 증인 수는 16대 국회 평균 190.2명에서 19대 국회에는 평균 320.3명으로 1.6배가량 증가하는 데 그쳤다. 상대적으로 기업인 증인 호출이 더 많이 늘어났다고 할 수 있다.
일반인 증인 중 기업인이 차지하는 비율도 2000년 22.2%에서 지난해에는 35.2%로 높아졌다. 2000년 국감에서 소환된 기업인 증인 수가 일반인 다섯 명 중 한 명꼴이었다면, 작년에는 세 명 중 한 명꼴로 증가했다. 경제민주화가 이슈였던 2012년에는 일반인 증인 중 기업인 비율이 40.2%나 됐다.
그러나 출석요구 증인 1인당 평균 소요시간은 2000년 30.6분에서 지난해 17.4분으로 줄었다. 증인을 그저 불러만 놓고 질의응답도 제대로 하지 않은 셈이다.
기업인들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자리만 지키다 돌아가거나, 호통과 망신주기의 ‘희생자’가 됐다. 올해 국감에서는 의원들의 어처구니없는 질문도 빈축을 샀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출석한 지난달 17일 정무위원회 국감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축구 시합을 하면 한국을 응원하겠느냐”(박대동 새누리당 의원)는 식의 생뚱맞은 질의가 쏟아졌다.
국감에 기업인들이 대거 불려나가면서 기업들이 관련 사업을 백지화하는 등의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어떤 구실을 삼아서라도 대기업 오너를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는 분위기가 국회에 퍼져 있다”며 “증인에서 빼주는 대가로 청탁이나 민원을 하는 의원들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국감의 질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역대 최악의 국감”이라고 꼬집었다.
서욱진/김순신 기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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