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뱀 "DMG그룹서 납입 연기"
1002억→357억 정정공시 낸 제주반도체는 주가 반토막
리젠, 아예 투자 철회되기도
"중국 재료로 주가 띄우기 조사"
[ 임도원 / 서기열 기자 ] ▶마켓인사이트 10월13일 오후 4시55분
중국에서 투자를 유치했다고 공시하는 기업들에 대한 ‘투자주의보’가 울리고 있다. 투자금 납입이 기약 없이 돌연 연기되는가 하면 아예 투자가 철회되는 경우도 생기고 있어서다. 투자유치 공시를 보고 달려든 주식 투자자들이 자금 납입 연기나 투자 철회로 인한 주가 급락으로 낭패를 보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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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급등락에 투자자 혼란
초록뱀은 지난 12일 장 마감 이후 중국 미디어기업인 DMG그룹의 유상증자 잔금 납입일이 12일에서 다음달 2일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이 공시 여파로 초록뱀 주가는 전날 대비 12.4% 하락한 3000원으로 13일 마감했다. 초록뱀은 지난 8월 DMG그룹에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하는 방식으로 250억원의 지분 투자를 받는다고 공시했다. 중국 기업이 한국 드라마 제작사에 대해 진행하는 투자로는 역대 최대 규모였다. 당시 2000원대 초반이었던 회사 주가는 공시 이후 급등해 지난달 중순 3000원대에 진입했다.
제주반도체는 지난 6월 중국 기업인 윙챔프가 1002억원 규모로 지분투자를 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가 지난 5일에는 투자 규모가 357억원으로 축소됐다고 정정공시를 냈다. 제주반도체는 “(변경된) 제안 내용을 검토 중”이라며 투자 유치 무산 가능성도 내비쳤다. 5000원대였던 주가는 윙챔프의 투자계획이 발표된 후 한때 1만원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정정공시 이후 다시 5000원대로 내려앉았다.
투자 유치가 무산된 사례도 있다. 리젠은 지난 7월 100억원 규모로 지분투자를 하기로 했던 중국 기업 난닝한성스토리가 자금을 납입하지 않았다고 공시했다. 난닝한성스토리는 이미 6월에 자금 납입을 한 차례 연기했던 터였다. 5000원대였던 리젠 주가는 투자유치를 호재로 8000원대까지 올랐다가 6월부터 급락, 현재 160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중국 경기 악화에 행정 문제도
중국에서의 투자유치가 잇따라 연기되는 것은 현지의 경제·금융 불안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리젠 관계자는 “투자를 약속했던 중국 회사가 부동산 사업을 주로 진행해 왔는데, 현지 부동산 경기가 냉각되면서 자금 사정이 악화됐다”며 “현지에서 대출을 받기가 힘들어지면서 결국 투자 취소를 통보해 왔다”고 전 杉? 제주반도체 관계자는 “중국 증시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무슨 이유에선지 투자자 측에서 투자 규모를 축소했다”고 전했다.
중국에서의 행정상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초록뱀 관계자는 “유상증자 기간에 중국 현지에서 거의 2주를 쉬는 국경절이 껴서 관공서가 제대로 투자허가절차를 진행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금융당국은 중국에서의 투자유치를 호재로 삼아 주가를 띄워 불법 이득을 챙기는 경우가 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의심스러운 정황이 포착되면 즉시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에서의 투자유치 호재만 갖고 해당 기업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중국 기업의 한국 투자를 자문하는 기업인 에스브이컴퍼니의 진석민 대표는 “자본주의 법제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중국 기업들이 갑자기 투자 일정을 바꾸는 경우가 많다”며 “중국 정부가 최근 1억위안(약 180억원) 이상의 해외투자를 엄격하게 심사하고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할 사항”이라고 조언했다.
임도원/서기열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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