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동 휩쓴 중국 의자, 1~2년 지나자 하자 발생
고품질 기술 선진국서 입증…"수출 비중 50%로 늘릴 것"
[ 김희경 기자 ]
영국 IBM, 미국 시스코, 일본 도요타의 사무실. 이곳에서는 직원들이 편안하게 일할 수 있도록 고품질의 사무용 의자를 사용하고 있다. 이 의자는 한국 기업 제품이다. 국내 1위 의자업체 시디즈에서 생산한 것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토트넘 등 해외 유명 축구단의 사무실에서도 시디즈 의자를 사용한다.
시디즈가 해외시장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주요 글로벌 업체 등에 납품하며 입소문이 나고 있는 것이다. 손태일 시디즈 대표는 “유럽 제품 등에 비해 가격은 저렴하면서도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이를 기반으로 앞으로 의자 한류 열풍을 일으키겠다”고 말했다.
“수출 비중 3년 내 50%로”
시디즈는 가구업체 퍼시스의 의자 전문 브랜드다. 지난해 매출은 1789억원에 이른다. 손 대표는 지난달 시디즈 부사장에서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뒤 기아자동차에서 일하다 2005년 퍼시스로 자리를 옮겼다. 자동차업계에 근무하며 경험한 생산시스템 등을 의자 생산 과정에 접목했다. 이를 통해 하루 생산량을 1800여개에서 6500여개로 늘리는 데 앞장섰다.
대표 자리에 오른 그는 더 높은 목표를 갖고 있다. 손 대표는 “3~4년 전 중국의 저가 제품들이 유럽과 중동 시장을 휩쓸었는데 1~2년 후 하자가 잇따라 발생해 문제가 됐다”며 “이 때문에 품질이 뛰어나면서도 가격 경쟁력을 갖춘 한국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외 마케팅을 대폭 강화하고 전체 매출의 25% 수준인 수출 비중을 3년 내에 절반까지 높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시장…B2C 집중 공략
국내에선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정비할 계획이다. 손 대표는 “1조원 규모에 달하는 국내 의자시장이 B2C 위주로 재편되고 있는 만큼 이 분야에 더욱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과거 국내 의자시장은 특판 중심이었다. 기업 사무실 등을 제외하고 가정에서 의자를 따로 구매하는 소비자는 드물었다. ‘책걸상’이란 말처럼 소비자들은 책상과 의자를 한 세트로 여겼다. 하지만 최근엔 달라졌다. 그는 “올바른 자세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의자는 책상과는 별개의 독자적인 상품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디즈는 이에 맞춰 과감히 변하고 있다. 2012년부터 온라인 판매를 강화하고 있다. B2C 비중도 지난해 기준 30%에서 올해 40%로 높아졌다. 그는 “앞으로 B2C 부문이 매년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매출 비중도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의자의 핵심은 기술”
시디즈는 의자의 핵심인 기술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지난 7월 신제품 T80을 선보였다. ‘의자의 심장부’로 불리는 틸트 기능을 강화한 것이다. 틸트는 등판이나 좌판의 젖혀짐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시디즈는 사용자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틸트 시스템 ‘얼티메이트 싱크’ 기술을 적용했다. 기존 의자는 등을 기대면 등판과의 틈새가 평균 16.7㎜에 달했다. 반면 T80은 간격이 3.2㎜에 불과하다.
손 대표는 “시디즈가 가진 주요 경쟁력이 기술인 만큼 이를 더욱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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