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에도 자산관리가 필요한 이유
저수익 안전자산으론 부족…고령화 대비 투자원칙 변화
자산가치 줄어들면 사망 전에 모아둔 돈 소진
'노후난민' 신세 면하려면 은퇴뒤 20년간 자산 불려야
노후자금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는 안정성이다. 더 이상 소득이 없는 은퇴자 입장에서 위험자산에 투자하다 자칫 손실을 보면 더 이상 회복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균 수명의 증가로 은퇴 후 긴 시간을 은퇴 전에 모아둔 한정된 자산만 가지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조건 안전하게만 자산을 운용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은퇴 뒤에도 자산 관리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전통적 투자원칙의 변화
대표적인 전통적 투자원칙으로는 ‘100-나이=위험자산 비중’의 법칙이 꼽힌다. 예를 들어 30세엔 전체 자산의 70%를 위험자산에 투자하고, 50세는 50%, 60세는 40% 등으로 위험자산의 비중을 줄이라는 것이다. 은퇴 후 별다른 소득이 없는 상황에서 공격적으로 자산 운용을 했다가 자칫 실수라도 해 원금을 잃으면 다시 회복할 시간이 愎? 이 때문에 노후자금의 자산운용에선 안정성이 가장 중시됐다. 이 법칙은 평균수명이 70~80세 전후일 때는 어느 정도 의미가 있다. 퇴직 전 모아둔 자금으로 어떻게든 10~20년을 버티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균수명이 점점 더 길어지는 고령화 시대에 단순히 원금이 보장되는 저수익형 안전자산만으로 노후를 충분히 대비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투자자들이 믿고 있던 전통적인 투자원칙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위험자산의 비중을 낮추라는 금융상식은 고령화 시대엔 어느 정도 수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안정성만을 추구하다 ‘돈의 죽음’에 직면하게 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돈의 죽음’ 인플레이션 고려를
‘돈의 죽음’이란 은퇴 후 사망하기 전에 모아 놓은 돈이 모두 바닥나는 것을 말한다. 축적해 둔 자산이 너무 빨리 소진되는 위험인데, 주요 원인으로 인플레이션이 꼽히고 있다. 최대한 돈을 아끼더라도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자산 가치가 점점 줄어 노후엔 ‘빈털터리’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투자전문가들은 금융시장의 변동성에 따른 위험뿐만 아니라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위험도 충분히 고려해 은퇴 이후를 대비한 재무설계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은퇴 자금의 소진 속도를 계산해보자. 은퇴할 때 노후생활 자금으로 3억원을 준비한 사람이 매년 2400만원을 생활비로 사용한다고 가정해보 ? 이때 운용수익률 차이에 따른 은퇴자금 소진 속도는 어떨까. 매년 물가상승률을 2.5%라고 가정하면, 3억원을 자신의 금고나 장롱에 넣어두고 사용할 경우(운용수익률 0%) 약 11년이면 소진된다. 반면 운용수익률이 2%일 때는 12년, 4%일 때는 13년으로 큰 차이가 없지만, 6%일 때는 15년, 8%일 때는 19년으로 노후자금 사용기간이 늘어나게 된다.
이처럼 은퇴 후 긴 시간을 은퇴 전에 모아둔 한정된 자산만으로 살아가려면 안전하게만 자산은 운용해선 한계가 있다. 은퇴를 했다고 ‘보이지 않는 도둑’이라 불리는 인플레이션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본 ‘노후 난민(難民)’의 교훈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를 경험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노후 난민이 사회적인 이슈로 제기되고 있다. 노후 난민이란 의식주 같은 기본적 생활 여건을 충족할 만한 자금조차 없는 노인을 의미한다. 이런 현상은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고령화 속도가 일본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공적 연금 고갈 문제, 저성장·저금리 문제 등이 일본을 닮아가고 있어서다.
일본의 은퇴 및 투자 전문가 노지리 사토시 소장은 노후 난민이 되는 것을 예방하려면 개인의 삶을 단순히 은퇴 전과 후의 2단계로 구분하는 것보다 3단계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직장생활에서 돈을 버는 시기 △은퇴 후 투자를 통해 자산을 불려가는 자산 투자기 △투자 활동을 끝내고 불린 자산을 느긋하게 소진하는 완전 은퇴기 등 3단계다.
하지만 아직까지 많은 사람이 돈을 쓰면서 불려나가는 두 번째 시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노지리 소장은 은퇴 뒤에도 20년 정도 자산을 불려나간다는 생각으로 투자를 계속하고, 75세쯤에야 투자로부터 은퇴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그는 또 60대에도 70~80세를 위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만큼 가능하다면 매달 연금 소득의 일정비율을 투자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강조한다.
최성환 < 한화생명 은퇴연구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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