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 발사비용 의견 분분
발사체 개발·발사장 건설 등 정부선 2012년 1조 이상 추정
북한 경제·시설 재활용 고려땐 1회 발사에 최소 500억 추산
짭짤한 '미사일 도박'
미국 압박해 식량·에너지 얻어내…발사 성공땐 '1조 + α' 효과
한국 금융시장 교란 노림수도
[ 전예진 기자 ]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이 열린 지난 10일. 북한이 예고했던 장거리 로켓은 발사되지 않았다. 북한은 대신 탄두가 개량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KN-08을 공개했다. 탄두 형태는 뾰족한 모양에서 둥글게 바뀌었고 미사일 길이는 약 17m로 소폭 줄었다.
다종화·소형화 된 핵탄두를 탑재했다는 게 북한의 주장이다. 그러나 북한이 핵탄두를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을 정도로 소형화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는지에 대해 우리 군당국은 신중한 입장이다.
○로켓 발사가 곧 미사일 실험
북한이 KN-08을 공개한 것은 핵 미사일 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라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북한은 지난달에도 위성을 실은 로켓을 언제든지 발사할 수 있다고 했다. 로켓 머리에 핵탄두를 얹으면 핵미사일이 되고, 위성을 실으면 로켓으로 불린다. 이 때문에 로켓의 성능은 곧 미사일 성능을 뜻한다. 북한이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로켓을 개발하는 이유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비용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2000년 8월 “로켓 한 발에 2억~3억달러(약 2300억~3500억원)가 들어간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정부는 2012년 12월 북한이 장거리 로켓과 인공위성을 발사했을 때 발사장 건설, 연구시설 건축, 발사체 개발 및 제작 등에 투입된 총 비용이 1조원 이상이라는 추정치를 내놨다. 중국산 옥수수 약 250만t을 구입할 수 있는 돈으로 북한 주민 1900만명의 1년치 배급량에 해당한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2009년 나로호 발사를 위한 최첨단 시설을 건립하는 데 8500억원을 투입한 점과 북한의 후진적 시설,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1회 발사비용은 500억원에서 2000억원 정도라는 지적도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6차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다면 5차 발사 때보다 비용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완공된 동창리 발사대 시설을 확장하는 데 돈이 많이 들지 않고, 새로 발사하는 로켓은 2012년 위성 궤도 진입에 성공한 은하 3호와 광명성 3호 2호기를 개량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3년 만에 새로운 엔진을 개발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이번에 발사한다면 엔진 개수를 늘리거나 연료와 산화제 탱크의 크기를 키워 추력을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발사 빌미로 한·미에 지원 요구
로켓 발사 비용을 최소 500억원에서 2000억원 정도로 잡더라도 북한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돈이다. 올해는 홍수에 이은 가뭄으로 식량난도 심각하다. 당장 먹을 식량이 부족한데도 북한은 열병식 행사에 1조원가량을 쓴 데 이어 로켓 발사까지 강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로켓을 활용한 장거리 미사일을 빌미로 상당한 이익을 챙길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북한은 2000년 미국과의 회담에서 사거리 500㎞ 이상 미사일 개발을 중단하고 이미 보유한 것은 수년 내 폐기하는 조건으로 매년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의 식량 지원을 요구했다. 1998년 1차 발사에 실패한 비용을 모두 회수하고도 남는 금액이다.
2001년 부시 행정부 출범으로 협상은 중단됐지만 북·미 협상은 결과적으로 로켓 발사는 ‘돈이 되는 장사’라는 인식을 갖게 했다.
북한은 이번에도 로켓 발사를 협상카드로 활용해 경제적 반대 급부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발사에 성공하면 파급 효과는 ‘1조원+α’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은 미사일 발사를 통해 국제사회에 기술력과 존재감을 과시하고 한국의 금융시장을 교란할 수도 있다”며 “역설적으로 경제가 어려울수록 로켓을 발사해 정치외교적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 대비 얻을 것이 더 많다고 여길 수 있다”고 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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