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호근 지음 / 메멘토 / 896쪽 / 3만8000원
[ 선한결 기자 ] 소크라테스, 칸트, 하이데거…. 철학 이야기가 나오면 많은 사람이 으레 서양 철학자들을 떠올린다. 동양 철학이라고 해도 공자나 노자, 장자의 사상이 입에 오른다. 한국 철학자들을 떠올리는 사람은 흔치 않다. 왜 그럴까.
전호근 경희대 교수는《한국 철학사》에서 “한국에도 한국적 사유와 철학의 전통이 있다”며 “막스 베버 등 서구 지성이 동아시아 사상을 열등한 타자로 밀어냈고, 우리 지성계가 이를 그대로 따르면서 한국 철학이 사상으로 인정받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그는 “사유 구조나 생성 배경이 우리 삶과 맞닿아있는 한국 철학만으로도 근대의 각종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삼국시대 불교 철학자인 원효(617~686)와 의상(625~702)부터 현대 철학자인 함석헌(1901~1989)과 장일순(1928~1994)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대표적인 철학자 35명의 삶과 사상을 조명한다. 한 사람씩 개별적으로 설명하는 대신 역사적 맥락과 사상 간의 관계를 짚으며 한국 철학이 발전해온 과 ㅐ?설명한다. 돈점 논쟁, 사단칠정 논쟁, 태극 논쟁 등 철학사의 라이벌들이 펼친 각종 논쟁과 사유 대결도 볼 수 있다.
저자는 각 사상이 발전하는 과정과 함께 일반 역사서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한국 철학의 다양한 면모를 짚는다. 삼국시대와 고려시대에는 당대 주류를 이뤘던 불교 철학자 외에도 도교와 유학 철학자들의 활동을 함께 실었다. 학문과 예술을 하나로 본 추사 김정희는 한국 철학의 입체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인물로 소개한다.
한국 철학을 세계 철학사의 맥락에서 파악하는 것도 특징이다. 원효의 ‘대승기신론소’는 중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번역돼 읽히며 영향을 미쳤다. 이황은 ‘이기론’으로 중국 주자학 본류와는 다른 독창적인 사상을 폈다. 일제 강점기 한국 철학계의 분위기와 당시 일본 철학계의 흐름을 비교하는 부분도 흥미롭다.
저자는 “1300년 한국 철학의 특징은 양 극단을 화해·통합하고 상대를 포용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화쟁사상을 강조한 원효부터 시민운동가 장일순까지 모두 평화로운 공존과 포용을 지향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우리 철학에서 배워야 한다”며 “우리가 결국 같은 데서 나왔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상대를 인정하며 그의 처지를 아우를 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을 추천한 전지혜 교보문고 북마스터는 “삼국시대의 원효부터 20세기의 장일순까지 잘 알지 못했던 한국 철학사의 인물들이 책 한 권에 모두 모여있다”며 “그들의 삶과 사상을 보며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책”이라고 소개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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