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남중국해

입력 2015-10-19 18:08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남태평양 섬주민들의 신화를 보면 주인공이 바다에서 섬을 끌어올리는 게 많다. 바다에서 갑자기 땅이 솟아오르기도 한다. 육지는 조상의 선물이요, 은덕이다. 솔로몬제도의 말라이타 섬 주민들은 아예 산호 위에 돌을 쌓아 인공섬을 만들었다. 인류학자들은 사람이 직접 섬을 만드는 풍습을 신화의 재현으로 해석한다. 남중국해 섬들에서도 이런 신화가 남아 있다.

남중국해는 중국 홍콩 마카오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싱가포르 등에 둘러싸인 바다다. 중국은 남해, 베트남은 동해, 필리핀은 서필리핀해라고 부른다. 넓이는 350만㎢로 오대양을 빼고는 가장 넓다. 석유 예상매장량이 무려 280억배럴에 이를 만큼 자원의 보고이기도 하다. 남중국해에 속한 섬들은 대부분은 스프래틀리제도(난사군도)에 속해 있다. 스프래틀리는 영국 선장의 이름이다.

남중국해는 해적으로 유명하다. 중국 명나라 때 정화가 남해원정을 떠난 이유 도 이 바다의 해적 소탕에 있었다고 한다. 1990년대엔 남중국해에서 발생하는 해적 피해건수가 세계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기도 했다. 해적들이 많다는 건 이 해역에 교역이 활발하다는 의미다. 인도 및 인도차이나와 중국 일본 미국을 爛?중요한 해상루트다. 우리나라와 일본이 중동에서 수입하는 석유 대부분도 이 해역을 통과한다.

남중국해가 국제적으로 문제가 된 것은 1930년대다. 프랑스가 스프래틀리 제도를 점령하자 일본이 이의를 제기했다. 중국(당시 자유중국)은 1935년 영유권을 주장했다. 2차대전 때에 일본이 많은 섬을 점령했다. 대전 이후 1947년 자유중국 국민당 정부는 지도를 발행하며 다시 영유권을 언급하기에 이르렀다. 중국 공산당 정부의 주장도 국민당 정부가 발행한 지도에 유래하고 있다.

중국이 스프래틀리제도에 인공섬을 매립하고 활주로를 건설하고 레이더기지를 세우고 있다. 중국은 이미 태평양의 섬을 사슬처럼 이은 가상의 해상방어선을 설정하고 있다. 이 같은 방어선 구축으로 세계의 해상패권을 쥐려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국제질서의 가장 기본적인 핵심인 항행의 자유를 뒤흔드는 것이라며 중국의 행동에 강력 반대하고 있다. 미국은 이 해역의 인접국가들과 자유무역협정인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를 체결한 마당이다. 정작 중국이 건설한 건 인공섬이 아니라 군사기지다. 이 지역 섬 주민들의 신화가 사라지는 것 같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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