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 과잉지원을 없애야 고질적인 규제도 줄어든다

입력 2015-10-19 18:11  

중소기업 지원도 과잉, 대기업 규제도 과잉이라는 한경 보도(10월19일자 A1, 4, 5면)는 우리 경제의 역동성이 갈수록 떨어지는 원인을 여실히 보여준다. 중소기업은 옥석을 가리지 않고 지원하면서 ‘좀비기업’을 양산하고, 대기업은 규제 감옥에 가둬놓은 결과 모두 ‘루저’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더 크지도 못하고, 크려고도 하지 않으며, 퇴출도 드물다. 정부가 시시콜콜 간섭하는 이런 관제(官製) 생태계에서 혁신을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일 뿐이다.

우리나라에는 중소기업이면 무조건 지원해야 한다는 언더도그마적 시각이 지배한다. 정부의 신용보증이 10년 새 두 배로 늘어 80조원을 돌파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은행 금융중개지원대출을 합치면 100조원이다. 위기 때마다 늘리기만 했지 한 번도 줄였다는 얘기를 못 들어봤다. 누구도 손대지 못하는 성역이 된 탓이다. 대만의 신용보증이 GDP의 1%인데 한국은 4%에 달한다고 IMF가 걱정할 정도다. 좀비기업이 정부 보증으로 연명하며 정상 기업에 피해를 주는 일이 허다하다. 게다가 이런저런 중소기업 지원이 557종류나 된다. 지난 4년간 중견기업 328곳이 다시 중소기업으로 U턴했다. ‘피터팬 증후군’이 없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

정부 지원의 이면에 규제가 도사리고 있다. 시장을 잘게 쪼개 특혜를 주려면 나머지의 손발을 묶어야 하는 탓이다. 더구나 중소기업이 아니면 다 규제대상으로 삼는 정부다. 소위 동반성장과 경제민주화란 미명 아래 도입된 중소기업적합업종, 대형마트 규제, 프랜차이즈 출점 제한 등이 그런 논리다. 국회가 쏟아낸 각종 발전법, 촉진법들이 이름과는 정반대로 온통 규제투성이인 것도 다를 바 없다.

‘어버이 국가’식 조장 행정이 강화될수록 정책효과를 내려고 정부는 규제를 늘린다. 대통령이 아무리 규제개혁을 외쳐도 체감하기 어려운 이유다. 기업이 크면 지원의 절벽 아래로 떨어지고, 좀 더 크면 규제의 장벽을 기어올라가야 한다. 정부가 과잉지원과 과잉규제로 기업 생태계를 왜곡시키는 한 우리 경제에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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