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시바와 제휴관계 탄탄
한국 메모리 업계엔 '눈엣가시'
이번엔 진출 성공?
마이크론 인수 나섰다 실패
막강한 자본력 앞세울 땐
낸드시장 치킨게임 촉발 우려
[ 김현석/남윤선 기자 ]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산업 진출 꿈이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달 미국의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업체인 웨스턴디지털의 대주주가 된 중국 칭화유니그룹은 이 회사를 통해 미국 낸드플래시 메모리 회사인 샌디스크를 인수하는 작업에 나섰다. 중국은 한 해 2000억달러 넘게 수입하는 반도체를 자체 생산하기 위해 국영기업 등을 동원해 해외 반도체 기업 인수합병(M&A)을 위해 뛰어왔다. 중국이 간접적이나마 샌디스크를 지배하게 된다면 한국은 디스플레이에 이어 메모리에서도 중국에 쫓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샌디스크 간접 인수 나선 중국
블룸버그통신은 20일 웨스턴디지털이 샌디스크 인수를 위한 협상을 하고 있으며 이르면 이번주 합의에 도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익명의 소식통은 지난 주말을 지나면서 협상에 가속이 붙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협상이 성사되면 올해 반도체 M&A 가운데 가장 큰 규모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웨스턴디지털의 1대주주는 중국 칭화유니그룹 자회사인 유니스플렌더(unisplendour)다. 유니스플렌더는 지난달 30일 38억달러를 들여 지분 15%를 인수했다. 2대주주인 뱅가드(6%)와 상당한 차이를 두고 있다.
메모리산업 참여를 강력히 추진해온 중국이 웨스턴디지털을 인수하자마자 이를 통해 샌디스크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샌디스크는 모바일 기기 저장장치를 생산하는 회사다. 미국 시장 내 입지가 막강할 뿐 아니라 낸드 관련 지식재산권(IP)도 많다. 삼성전자가 매년 4000억원가량의 로열티를 낼 정도다. 이뿐만이 아니다. 낸드시장 2위인 일본 도시바와 2005년부터 제휴해 낸드플래시 생산라인 3개를 공동투자(50 대 50)해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지난 2분기 세계 낸드시장 점유율(14.8%) 4위를 기록하고 있다.
게다가 샌디스크는 한국 메모리 업계에선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설립 초기엔 삼성전자에서 낸드를 사들여 제품으로 가공해 팔았지만, 2005년부터는 일본 도시바 제품을 쓰면서 한국 업계와는 완전히 등졌다. 삼성전자가 2008년 샌디스크를 58억달러에 인수하려 했지만, 샌디스크 이사회가 강력히 반대해 실패했었다.
낸드 시장 치킨게임 촉발?
중국 국영기업인 칭화유니그룹은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메모리 반도체 산업 진출을 추진해왔다. 최근까지도 D램 업계 3위인 미국 마이크론 인수를 시도했으나, 미국 정부가 보안 문제를 이유로 거부하면서 실패했다.
중국이 메모리 진출을 노리는 건 연간 2300억달러(약 270조원)어치의 반도체를 수입하고 있어서다. 반도체는 2013년 원유를 제치고 중국의 1위 수입품이 됐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2010년부터 반도체를 ‘7대 전략적 신흥산업’으로 선정해 육성해 왔다. 지난해에는 ‘국가 반도체산업 발전 추진 요강’을 발표하며 1200억위안(약 21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 그리고 해외 업체 인수에 나섰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도시바 마이크론 등이 이미 앞선 기술을 가진 데다, 메모리는 1개 라인의 건설비만 15조원을 넘을 정도로 엄청난 자본이 필요해서다. 국영기업인 칭화유니가 앞장서 이 일을 추진해왔다.
웨스턴디지털을 통한 중국의 메모리 시장 진입은 큰 파장을 낳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샌디스크를 인수하는 웨스턴디지털은 HDD 업체다. PC 판매 자체가 줄고, 저장장치가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로 전환되면서 HDD 시장은 줄고 있다. 웨스턴디지털은 보유한 컨트롤러(저장장치를 통제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에 샌디스크의 낸드를 붙여 SSD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 SSD는 삼성전자가 40% 점유율로 1위를 달리고 있는 시장이다.
또 웨스턴디지털과 샌디스크 모두 최근 실적 악화로 자금사정이 좋지 않아 중국의 증자가 이어질 수도 있다. 샌디스크가 유입되는 중국 자본을 바탕으로 투자를 늘린다면 낸드시장에 치킨게임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D램 업계에선 2012년 일본 엘피다가 파산하며 3곳만 남았지만, 낸드의 경우 삼성전자와 도시바 샌디스크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인텔까지 점유율 6%를 넘는 회사가 6곳에 달하기 때문이다.
김현석/남윤선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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