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사업, 전세계 무대"
유럽위원회 독과점 심사 통과
국내선 대형업체 규제 추진
"몸집 커져야 글로벌 경쟁력"
[ 김병근 기자 ] 국내에서 각종 면세점 규제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 면세점 업계는 덩치 키우기 경쟁이 한창이다. 대형 업체들이 추가적인 인수합병(M&A)도 추진 중이어서 글로벌 면세점 업계에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도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스위스 듀프리는 지난 16일 미국 월드듀티프리 지분 93.45%를 확보하며 인수 작업을 마무리지었다. 듀프리는 오는 11월 초 월드듀티프리의 상장폐지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이로써 듀프리는 미국 DFS를 제치고 세계 1위 자리를 확고히 했다. 듀프리가 세계 선두를 꿰차게 된 원동력은 M&A를 통한 몸집 키우기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듀프리는 2013년 기준 세계 2위였지만 1위 DFS에 비해 크게 뒤처져 있었다. 그러나 이듬해 스위스 뉘앙스(7위)를 인수하며 1위에 오른 뒤 올해 월드듀티프리까지 사들이며 DFS와 격차를 벌렸다.
면세점 업계 喚窩渼?“듀프리는 유럽위원회 경쟁당국의 독과점 심사를 받았지만 ‘면세점 사업은 한 지역에 국한된 게 아니라 전 세계가 경쟁한다’는 판단에 따라 문제 없이 통과됐다”며 “듀프리를 비롯한 상위권 업체들이 추가적인 M&A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글로벌 면세점 기업들이 덩치를 불리며 경쟁력을 키우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한국 면세점 업계는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는 지적이다. 시장점유율이 일정 수준 이상인 기업의 면세점 사업 확대를 제한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지난 15일 ‘면세점 시장구조 개선 방안’을 주제로 연 공청회에서 나온 안이다. 공청회는 연구원이 주도했지만 발표 내용은 기획재정부와 관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참여한 면세점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 논의된 것들이다. 현재 매출의 0.05%인 면세점 특허수수료를 열 배로 인상하고 특허수수료를 높게 써내는 사업자에게 특허를 부여하는 안도 추진되고 있다.
이에 대해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허용하되 기존 사업자를 지나치게 옥죄는 규제는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함승희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대형 면세점 업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자고 하는 것은 소비재시장의 속성을 무시한 것”이라며 “규모의 경제가 핵심인 글로벌 면세점 업계에서 국내 업체들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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