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 수집상 '사재기' 탓
[ 심성미 기자 ] ‘빈 병 품귀 현상’으로 일부 주류업체가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내년 1월 말로 예정된 빈 병 보증금 인상을 앞두고 공병 수집상들이 빈 병을 사재기해 쌓아두고 있기 때문이다.
소주 제조업체 대선주조는 지난 20일 부산 공장 전체 라인의 가동을 중단했다. 빈 병 보증금 인상을 앞두고 공병 수집상이 단체로 ‘빈 병 사재기’에 나서는 바람에 술을 담을 병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빈 병 보증금은 내년 1월21일부터 소주병이 개당 40원에서 100원, 맥주병이 개당 50원에서 130원으로 각각 두 배 이상으로 인상될 예정이다.
대선주조 관계자는 “제품 생산을 위해 하루에 필요한 빈 병이 최소 40만병인데 19일 생산을 마치고 보니 남은 빈 병이 불과 수만 병 수준이어서 공장 가동 중단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대선주조는 공장 가동을 중지하고 하루간 빈 병 수집에 총력을 다해 21일 공장을 재가동했다.
롯데주류 역시 병이 모자라 일부 라인의 생산 시간을 단축했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최근 빈 병 회수율이 떨어져 빈 병 수집과 쓸 만한 병을 골라내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달 3일 빈 병 보증금 인상안이 입법예고된 뒤 지난달 빈 병 회수율은 81%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96%)보다 15%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빈 병 대란’이 일어나자 일부 주류업체는 현재 병당 40원인 소주병 보증금에 웃돈 10원을 얹어 매입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류업체의 피해가 심해지자 환경부는 지난 20일 사재기 대책방안을 내놨다. 빈 병 보증금이 인상되는 내년 1월21일 기준으로 신(新)병과 구(舊)병을 구분하는 라벨을 표시하고, 라벨이 훼손되거나 신병과 구병이 섞여 있을 땐 인상 전 금액의 보증금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주류업계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반응이다. 주류회사 입장에선 하루에도 수십만 병씩 회수되는 빈 병의 신·구병 여부를 일일이 구분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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