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고질적 인력난도 심각
기술자 자격요건 간소화로 일자리 미스매치 해소 노력
[ 안재광 기자 ]
장철호 한국전기공사협회장(사진)은 ‘할 일이 참 많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작년 2월, 3년 임기의 협회장에 선출된 이후부터다. 업계 현안이 그만큼 많다.
상위 업체들이 일감을 독식하는 구조를 깨는 게 시급한 과제다. ‘공정한 경쟁을 통해 규모가 아닌, 실력 있는 기업이 대접받아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업계의 고질적인 인력난도 해소해야 한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청년들이 이 분야에 잘 들어오지 않는 게 문제다. 새로운 먹을거리를 발굴하고 업계가 첨단 기술을 익히는 것도 장 회장에게 주어진 숙제다.
1960년 설립된 전기공사협회는 1만4340개 회원사를 둔 법정단체다. 이 회원사들이 지난해 수주한 전기공사는 21조6000억원에 달한다.
“2년 경력 폐지로 인력난 일부해소”
가장 최근 풀어낸 것은 인력 수급 문제다. 지난달 전기공사업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기업들이 보다 손쉽게 인력을 확보 構?됐다. 전기관련 기능사 자격자가 2년의 경력을 쌓지 않고도 20시간 교육만 이수하면 전기공사기술자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전기공사 업계에서 꾸준히 건의해 온 것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받아들인 결과다.
장 회장은 “매년 1만명 이상의 공업고등학교 출신 전기관련 기능사가 나오는데 이 중 상당수는 2년의 경력 기간을 견디지 못하고 다른 분야에 취업하거나 군대 문제 때문에 경력이 단절된다”며 “시행령 개정 덕분에 기업은 사람 구하기 훨씬 쉬워졌고 기능사 자격자들은 취업하기 좋아졌다”고 말했다. 인력 미스매치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란 얘기다.
그는 개정안이 시행된 직후 우수 학생 확보에 나섰다. 지난달 17일 영등포공고, 수도전기공고 등 서울 시내 19개 고교를 돌았다. 교장과 취업담당 교사들을 상대로 취업 설명회를 열었다. ‘전기공사 일이 힘들고 위험하며 비전이 없다’는 편견을 깨는 데 주력했다. 다음달엔 호남, 영남 등 전국을 권역별로 나눠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10년 정도 기술을 익히면 어렵지 않게 창업할 수 있고, 이런 경력이라면 회사에서 일하더라도 연봉 5000만~6000만원 정도 받을 수 있다”며 “전기공사 인력의 고령화는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에게 오히려 기회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공사 실력만 평가받아야”
장 회장은 “덩치만 크다고 싸움 잘하는 게 아니듯 기업 규모만 크다고 전기공사 실력이 있는 게 아니다”며 “아직까지도 실력보다는 규모를 중시하는 제도가 남아있어 이를 손질하는 작업을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대표적 불합리로 꼽은 것은 ‘체급(기업규모)’을 나누지 않고 점수로 매기는 신용평가 등급이다. 장 회장은 “철도시설공단 등 공공기관이 100억원 이상 공사 낙찰자를 선정 시 신용등급 만점 기준을 A+로 하고 있는데, 이는 대형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전문 업체들은 대체로 신용도가 낮은데 신용등급에서 감점을 받으면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공사 수주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또 “코레일테크 등 일부 공기업이 민간 분야까지 침범해 마구잡이로 공사를 따내고 있다”며 “한국전력의 배전 입찰에 공기업 참여를 제한하는 등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사진=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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