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 그리고 다니엘 '두 머피의 저주'…CHC, 벼랑 끝
84년 만에 '밤비노의 저주' 깼던 BOS는 리버스 스윕
"리글리필드에서 다시는 월드시리즈가 열리지 않을 것이다."
1945년 월드시리즈 4차전, 시카고 컵스의 홈 구장 리글리필드에 염소와 함께 입장했다가 쫓겨난 샘 지아니스가 남긴 말이다. 이른바 '염소의 저주'다.
저주는 강력했다. 컵스는 이후 70년 동안 한 차례도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했고, 월드시리즈 우승 경력이 있는 팀들 가운데 최장 기간(107년) 동안 우승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른 듯했다. 메이저리그 전체 3위인 .599의 승률에도 와일드카드 결정전으로 밀렸지만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를 누른 끝에 가을잔치에 초대받은 것이다. NLDS에선 '가을 좀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마저 꺾으며 우승에 대한 전망을 밝게 했다. 특히 컵스의 제물이 된 두 팀은 각각 메이저리그 전체 승률 1, 2위팀이었기에 더 이상은 컵스의 적수가 없어 보였다.
○'그 염소 이름이 뭐라고?'
예언 아닌 예언도 있었다. 1989년 개봉한 영화 '백 투 더 퓨처2'에 나온 미래, 2015년 10월 21일은 컵스가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영화가 현실이 될 것처럼 보였다. 염소를 다시 만나기 전까지는.
불행은 우연의 일치에서 시작됐다. 뉴욕 메츠가 LA 다저스를 누르고 컵스의 NLCS 상대로 낙점됐고, 그 중심에 다니엘 머피가 있었다는 것이다. 바로 이 머피는 70년 전 컵스가 쫓아낸 염소의 이름이기도 했다.
정규시즌 14홈런에 그쳤던 머피는 다저스가 자랑하는 원투펀치를 홈런으로 무너뜨리더니 컵스와의 NLCS 1, 2, 3차전에서 모두 홈런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마치 환생한 염소가 복수를 하기라도 하듯 불방망이를 자랑한 머피는 포스트시즌 연속 홈런 타이 기록(5개·2004년 카를로스 벨트란)을 작성한 데 이어 단일 포스트시즌 6홈런으로 이 부문 3위(1위 8개)를 차지했다. 메츠가 월드시리즈에 진출할 경우 머피가 메이저리그의 새 역사를 쓸 가능성 또한 높다.
특히 이 과정에서 머피에게 홈런을 허용한 투수들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두고 경쟁하는 투수들이었기 때문에 더욱 극적이었다. 다저스의 클레이튼 커쇼-잭 그레인키, 컵스의 존 레스터-제이크 아리에타-카일 헨드릭스가 희생양이 됐다. 이를 두고 머피가 에이스 여부를 감별한다며 '머피에게 홈런을 맞아야 에이스 자격이 있다'는 '신 머피의 법칙'이 나왔을 정도다.
물론 가장 큰 희생양은 컵스였다. 선발진은 하필면 염소와 이름이 같은 머피에게 줄줄이 일격을 당했고, 설상가상으로 수비 불안까지 겹치며 시리즈 전적 0 대 3으로 궁지에 몰린 것이다. 이대로 한 경기만 더 지더라도 107년 만에 찾아온 우승 기회는 날아가 버린다. 힘들겠지만 리버스 스윕이 유일한 방법으로 남았다.
○저주 깬 보스턴의 향기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ALCS에 오른 토론토 블루제이스 역시 ALDS에서 텍사스 레인저스에게 먼저 2게임을 내주고 3게임을 내리 이겼다. 특히 시리즈의 분수령이었던 5차전 7회말은 두고두고 회자될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컵스와 가장 비슷한 처지의 팀은 2004년 보스턴 레드삭스다. 당시 보스턴은 뉴욕 양키스와의 ALCS에서 3연패 뒤 4연승으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했고, 기세를 몰아 월드시리즈 역시 스윕으로 끝내버렸다. 염소의 저주와 쌍벽을 이루던 '밤비노의 저주'가 84년 만에 풀리던 순간이었다.
컵스는 최종전이 될지도 모르는 4차전 선발로 제이슨 하멜을 예고했고, 레스터와 아리에타의 조기투입은 없을 것이라 못 박았다. 백 투 더 퓨처의 예언이 하루 연장될지, 아니면 염소의 저주가 결국 1년 더 연장될지를 결정할 운명의 날이 밝았다. 오늘은 미국 현지시간으로 백 투 더 퓨처의 그날, 2015년 10월 21일이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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