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교과서 기막혀 가슴 칠 정도"…친박계와 관계 복원 기회로
문재인, 국정화 저지에 총력
"독재-광기-파시즘 되려나"…김 대표 가족사 거론 등 공세
[ 손성태 기자 ]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로 의기투합했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놓고 거친 설전을 불사하며 정면충돌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교과서 국정화 문제가 진영 간 이념싸움으로 치달으면서 여야 대권주자인 둘은 ‘벼랑 끝’ 승부를 벌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정화를 둘러싼 여론의 향배는 내년 4월 총선 결과는 물론이고 둘의 대권가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표는 지난 22일 열린 청와대 ‘5자 회동’에서 교과서 국정화 배경에 “친일·독재 미화가 있다”는 문 대표를 향해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 참고 있는데 그만하라”고 방어막을 쳤다. 김 대표는 스스로 ‘국정화 전도사’를 자처하면서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당 최고회의와 토론회는 물론 10·28 재·보궐선거 지원 유세에서도 국정화 당위성을 설파하고 獵? 국정화 홍보영상물에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국정화 문제가 보수층 결집은 물론 소원해진 박근혜 대통령과 당내 친박(친박근혜)계의 관계를 복원할 수 있는 기회로 판단하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김 대표는 23일 인천 서구에서 열린 10·28 재·보궐선거 지원 유세에서도 “역사 교과서에 엄연히 북한을 찬양하는 내용이 있음에도 야당은 ‘읽어 보니 그런 내용이 없다’고 하는데 서로 생각이 이렇게 다르다”고 지적했다. 또 “중·고등학교의 역사 교과서를 보면 기가 막혀서 가슴을 칠 정도”라며 “좌파의 검은 사슬이 꽉 연계돼 도저히 깨고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검인정이 아닌 국정 교과서로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표도 장내외 투쟁을 병행하면서 국정화 저지에 총력을 쏟고 있다. 대통령과 김 대표 가족사까지 거론할 정도로 공세 수위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문 대표는 이날 대구에서 역사학자 간담회를 열고 “이렇게 ‘애국을 우리만 하고 있다, 나만 한다’는 사고가 바로 독재”라며 “거기에 광기까지 더해지면 그게 파시즘이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문 대표는 이어 “화가 난다. 경제가 어려운 이 시기에 국정 교과서 문제로 분란을 일으킬 이유가 뭐냐”며 “국정 교과서로 온 나라를 두 쪽으로 만들고서는, 자기들이 정치화해놓고 이 문제로 국론 분열시키지 말라고 (야당에) 덮어씌운다. 억장이 무너진다”고 했다.
문 대표는 “야당이 반대하고 있지만 사실 뾰족한 방법이 없다”면서도 “(국정화가) 고시되면 집필거부 운동에 앞장서 ? 다음 단계에서 총선 때 이슈로 삼겠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와 문 대표는 전날 5자 회동에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상호 합의했느냐 안 했느냐를 놓고도 언쟁을 벌였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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