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오해와 진실 (24) 경제 회생의 관건은 제도 혁신
경제는 무엇 때문에 성장하는가. 다시 말해 한 나라의 경제성장을 결정하는 근본 요인은 무엇인가.
한국 경제는 1980년대까지 30년 동안 연평균 성장률이 9%를 넘는 고도성장을 구가했다. 그러나 2011~2014년에는 3.05%에 그쳤을 정도로 저성장이 계속됐다. 올해도 성장률 3% 턱걸이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처럼 저성장이 지속되자 국민 사이에 일자리, 소득, 노후 걱정이 깊어가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최근의 저성장이 경기변동과 같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OECD 회원국 중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가장 빠르게 추락하고 있으며 2030년대 후반에 가면 한국의 성장엔진이 사실상 멈출 것이라고 한다.
‘이대로 가면’ 미래가 없다는데 수수방관할 수는 없다. 지금보다 못한 경제 환경을 다음 세대에 유산으로 넘기는 것은 결코 해서는 안 될 일이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식어가는 성장엔진을 되살릴 수 聆뺑? 이 문제는 경제성장 원인에 관한 것으로 경제학이 태어난 처음부터 주요 관심사였다. 그리고 주류경제학에서는 수학적으로 정교한 이론을 발전시켜 지금까지 경제 분석과 전망에 널리 활용하고 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한 나라의 경제성장은 노동력(인적 자본)과 자본(물적 자본)의 기술적 생산함수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노동, 자본, 기술의 3대 생산요소가 축적돼야 비로소 경제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 전통적 성장이론의 요지다.
그러나 전통적 이론은 기술적으로 정교하지만 성장의 근본 원인을 간과하고 있다. 이 이론은 역사적 경험과도 잘 맞지 않는다. 저개발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가 전통적 이론과 처방에 따라 성장을 꾀했으나 대부분 실패했음이 이를 방증한다. 한국의 성공은 매우 예외적인 경우지만 이마저도 전통 이론으로는 잘 설명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한국은 이론이 상정하는 바와 달리 기술과 자본, 경험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해 경제발전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한국에 없는 자본은 외국에서 빌려와 벌어서 갚겠다는 결연한 자세와 함께, 없는 기술은 리버스 엔지니어링의 창조적 모방을 통해 배워 산업을 일으키고 경제를 발전시켰다. 자본과 기술의 축적은 성장 그 자체였지 성장의 원인은 아니었던 것이다.
한국 경제의 기적이 어떻게 가능했는지에 대해선 예전에도 논쟁이 있었다. 1993년 세계은행은 ‘동아시아의 기적’이라는 보고서를 내면서 한국의 고도성장은 인적, 물적 자본과 기술의 놀라운 축적과 함께 자원을 생산적 용도에 효과적으로 배분하는 정부정책과 관련이 깊다고 분석했다. 이는 전통 이론에 충실한 설명이다. 그러나 여기에 대해 미국의 경제학자 에드먼드 펠프스는 “왜 불과 수십년 만에 주변에 비슷하게 가난한 다른 나라들과 달리 한국과 몇 나라에서만 그토록 빠르게 자본축적이 일어났는지가 우리가 가져야 하는 의문의 본질이며, 그 답은 기업가 정신에서 찾아야 한다”는 취지로 신(新)고전학파 성장이론의 한계를 꼬집었다.
기업가 정신이야말로 당사자 본인과 국민경제의 발전을 견인하는 진정한 동인이다. 기업가 정신은 굳이 회사를 소유하거나 경영하는 기업인에게 국한된 개념이 아니다. 일반 개인도 기회를 포착하고 불확실성 속에서 위험을 감수하는 행동에 나서면 그 또한 기업가(起業家·entrepreneur)다. 기업가가 추구하는 이익이 반드시 금전적일 필요도 없다. 정치인과 공무원이 금전적 이익이 아닌, 정치 소득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기업가 정신의 일환이다. 따라서 경제 분야는 물론이고 정치, 행정, 사회 각 분야에서 생산적인 기업가 정신이 함께 왕성하게 발현될수록 경제활동은 더욱 활발해지면서 성장 잠재력도 빠르게 높아질 것이다.
돌이켜보면 주류경제학에서 기업가 정신을 배제한 것은 그것이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었다. 기업가 정신의 개념이 불분명하고 측정하기 어려우며, 수학적으로 미분 가능한 모형에 포함할 수 없는 방법론상의 제약 때문에 외면했던 것이다. 그러나 방법론에 갇혀서 진실을 외면한 것은 본말을 뒤바꾼 잘못이다. 경제는 사람이 하는 것이다. 개인이든 법인이든 인적·물적·지적 자본에 투자할지를 결정하는 것도 기업가 정신의 문제다. 또 이런 의사결정은 그 사회의 법령, 관행, 문화, 가치관 등의 제도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법령의 실질 내용이 사적 재산권과 계약·
경제는 무엇 때문에 성장하는가. 다시 말해 한 나라의 경제성장을 결정하는 근본 요인은 무엇인가.
한국 경제는 1980년대까지 30년 동안 연평균 성장률이 9%를 넘는 고도성장을 구가했다. 그러나 2011~2014년에는 3.05%에 그쳤을 정도로 저성장이 계속됐다. 올해도 성장률 3% 턱걸이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처럼 저성장이 지속되자 국민 사이에 일자리, 소득, 노후 걱정이 깊어가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최근의 저성장이 경기변동과 같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OECD 회원국 중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가장 빠르게 추락하고 있으며 2030년대 후반에 가면 한국의 성장엔진이 사실상 멈출 것이라고 한다.
‘이대로 가면’ 미래가 없다는데 수수방관할 수는 없다. 지금보다 못한 경제 환경을 다음 세대에 유산으로 넘기는 것은 결코 해서는 안 될 일이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식어가는 성장엔진을 되살릴 수 聆뺑? 이 문제는 경제성장 원인에 관한 것으로 경제학이 태어난 처음부터 주요 관심사였다. 그리고 주류경제학에서는 수학적으로 정교한 이론을 발전시켜 지금까지 경제 분석과 전망에 널리 활용하고 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한 나라의 경제성장은 노동력(인적 자본)과 자본(물적 자본)의 기술적 생산함수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노동, 자본, 기술의 3대 생산요소가 축적돼야 비로소 경제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 전통적 성장이론의 요지다.
그러나 전통적 이론은 기술적으로 정교하지만 성장의 근본 원인을 간과하고 있다. 이 이론은 역사적 경험과도 잘 맞지 않는다. 저개발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가 전통적 이론과 처방에 따라 성장을 꾀했으나 대부분 실패했음이 이를 방증한다. 한국의 성공은 매우 예외적인 경우지만 이마저도 전통 이론으로는 잘 설명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한국은 이론이 상정하는 바와 달리 기술과 자본, 경험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해 경제발전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한국에 없는 자본은 외국에서 빌려와 벌어서 갚겠다는 결연한 자세와 함께, 없는 기술은 리버스 엔지니어링의 창조적 모방을 통해 배워 산업을 일으키고 경제를 발전시켰다. 자본과 기술의 축적은 성장 그 자체였지 성장의 원인은 아니었던 것이다.
한국 경제의 기적이 어떻게 가능했는지에 대해선 예전에도 논쟁이 있었다. 1993년 세계은행은 ‘동아시아의 기적’이라는 보고서를 내면서 한국의 고도성장은 인적, 물적 자본과 기술의 놀라운 축적과 함께 자원을 생산적 용도에 효과적으로 배분하는 정부정책과 관련이 깊다고 분석했다. 이는 전통 이론에 충실한 설명이다. 그러나 여기에 대해 미국의 경제학자 에드먼드 펠프스는 “왜 불과 수십년 만에 주변에 비슷하게 가난한 다른 나라들과 달리 한국과 몇 나라에서만 그토록 빠르게 자본축적이 일어났는지가 우리가 가져야 하는 의문의 본질이며, 그 답은 기업가 정신에서 찾아야 한다”는 취지로 신(新)고전학파 성장이론의 한계를 꼬집었다.
기업가 정신이야말로 당사자 본인과 국민경제의 발전을 견인하는 진정한 동인이다. 기업가 정신은 굳이 회사를 소유하거나 경영하는 기업인에게 국한된 개념이 아니다. 일반 개인도 기회를 포착하고 불확실성 속에서 위험을 감수하는 행동에 나서면 그 또한 기업가(起業家·entrepreneur)다. 기업가가 추구하는 이익이 반드시 금전적일 필요도 없다. 정치인과 공무원이 금전적 이익이 아닌, 정치 소득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기업가 정신의 일환이다. 따라서 경제 분야는 물론이고 정치, 행정, 사회 각 분야에서 생산적인 기업가 정신이 함께 왕성하게 발현될수록 경제활동은 더욱 활발해지면서 성장 잠재력도 빠르게 높아질 것이다.
돌이켜보면 주류경제학에서 기업가 정신을 배제한 것은 그것이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었다. 기업가 정신의 개념이 불분명하고 측정하기 어려우며, 수학적으로 미분 가능한 모형에 포함할 수 없는 방법론상의 제약 때문에 외면했던 것이다. 그러나 방법론에 갇혀서 진실을 외면한 것은 본말을 뒤바꾼 잘못이다. 경제는 사람이 하는 것이다. 개인이든 법인이든 인적·물적·지적 자본에 투자할지를 결정하는 것도 기업가 정신의 문제다. 또 이런 의사결정은 그 사회의 법령, 관행, 문화, 가치관 등의 제도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법령의 실질 내용이 사적 재산권과 계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