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 확충 지지부진…외국인 투자도 제한 오는 20일 취임 1주년을 맞는 조코 위도도(조코위) 대통령에게 인도네시아 국민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 ‘친(親)시장’을 표방하며 당선된 조코위 대통령이 약속했던 경제성장과 부패 척결 중 어느 것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실망감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취임 당시 70%를 웃돌았던 지지율은 올해 3월 57% 수준으로 떨어진 데 이어 9월엔 50% 아래로 추락했다. 남은 임기 4년 동안 과감한 개혁과 정부 관료를 통솔하는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親시장’ 아닌 ‘反시장’정책만 줄줄이
조코위 대통령은 취임 당시 연 5%대였던 경제성장률을 임기 내 연 7%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포부를 밝혔지만 아직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지난 2분기 인도네시아의 국내총생산(GDP)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67%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닥쳤던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의 달러 대비 가치는 올 들어 13% 떨어졌고, 주가는 17% 하락하는 등 금융시장도 불안하다.
경제 성적표가 신통치 않은 것은 세계 원자재 시장이 둔화한 영향이 크다. 인도네시아 수출액의 60%는 원자재다. 세계 최대 원자재 수입국인 중국의 경제성장이 주춤하면서 인도네시아 경제 역시 활력을 잃었다.
그러나 외부 요인 탓만 할 순 없다. 조코위 대통령은 공약과 달리 줄줄이 반(反)시장적인 정책을 내놨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은행업에서 외국인 투자지분 한도를 99%에서 40%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인도네시아에서 판매되는 모든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부품 중 최소 40%를 자국에서 생산하도록 규제하는 법안도 2017년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명분은 국내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것이지만 시장원리를 거스르는 조치여서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많다.
인프라 투자도 지지부진하다. 1만3700여개 섬으로 구성된 인도네시아에서 항만 등 인프라는 경제 발전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올해 인프라 투자 예산으로 290조루피아(약 24조3000억원)를 배정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까지 이 중 11%만 집행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파이낸셜타임스의 분석이다.
공직자 부패 스캔들까지 겹쳐
빈민가 출신으로 기업가로 자수성가한 뒤 자카르타 주지사를 거쳐 대통령까지 오른 조코위에게 국민이 건 기대는 특별했다. 조코위 정부는 인도네시아가 네덜란드로부터 독립한 뒤 처음으로 선출된 문민정부다.
1949년 독립 후 31년간 인도네시아에선 독재가 이어졌고 이후에도 군부나 유력 집안 출신이 정권을 잡았다. 끼리끼리 나눠먹은 권력은 부패했다. 국제투명성기구가 ‘20세기 가장 부패한 정치인’으로 인도네시아 독재자인 수하르토 전 대통령을 꼽을 정도였다.
“관료 부패를 근절하겠다”던 조코위의 약속은 빛이 바랬다. 첫 정부 구성부터 소속당인 투쟁민주당(PDIP)의 실권을 가진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 전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을 요직에 앉혔다. 그 역시 정치적 뒷거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뇌물수수 혐의를 받던 부디 구나완 장군을 경찰청장으로 임명하려다 부패척결위원회(KPK)가 반발하자 이를 보류하기도 했다. 지난 1월에는 밤방 위조잔토 KPK 부위원장이 위증 교사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뒤 사임하는 등 부패 관련 잡음이 이어졌다.
조코위 대통령이 남은 임기에 ‘개혁가’의 명성을 되찾으려면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인도네시아 펠리타하라판대의 칩타 레스마나 교수는 현지 매체 자카르타포스트에 “대통령과 부통령, 각 부처 간 생각이 모두 달라 보인다”며 “경제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선 대통령이 정부와 의회를 장악하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인도네시아 정부엔 기업에 대한 일관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보호주의 정책을 포기하고 국영기업에 재정 지원도 끊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수지 한국경제신문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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