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미국편이냐 중국편이냐

김성곤 <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sgkim@assembly.go.kr >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 성과 중 하나로 “한국이 중국 측에 지나치게 기울어졌다”는 미국의 우려를 불식시켰다는 점이 꼽힌다. 한편으론 “미국이 ‘중국의 반칙에 한국도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미국 편을 들어야 한다고 해 우리 외교가 더 어려워졌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 중 양자택일하라는 식의 프레임은 옳지도 않거니와, 두 나라 사이에 낀 한국 외교의 입지를 좁게 만들 뿐이다. 한국은 냉전시대에 불가피하게 북한과 대립하면서 자유 진영의 맹주 미국 편에 섰다. 베트남 파병, 이라크 파병도 미국의 요구가 상당 부분 작용했다.

러시아와는 수교한 지 25년이 됐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전승절 행사 초청에도 가지 못했다. 지난 9월 중국 전승절 70주년 기념식에는 참석했지만 중국 쪽에 치우쳤다는 미국의 의심을 불식시키고자 박 대통령이 펜타곤에서 미군 의장대를 사열했다.

한국처럼 지정학적으로 강대국들에 둘러싸인 나라는 어느 한편에 치우친 외교를 하면 자칫 열강 사이의 분쟁 지역이 된다. 구한말 우리 조정은 청의 편에 설까, 러시아 편에 설까, 일본 편에 설까 우왕좌왕하다 결국 한반도에서 청일전쟁과 러일전쟁까지 일어났다. 그리고 결국 일본의 식민지가 됐다. 6·25전쟁도 남북한이 각각 어느 한편에 치우친 결과이기도 하다고 본다.

반면 2차 세계대전 이후 오스트리아는 미국과 프랑스, 영국, 옛 소련에 의해 분할 점령됐다가 단일정부 수립 후 영세중립국을 선포, 주변국들과 균형외교를 통해 슬기롭게 분열을 극복했다. 우리도 통일이 되면 오스트리아의 사례를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한·미동맹을 소홀히 하자는 것이 아니다. 미국도 한때는 일본과 타협해 한국의 일본 식민지화를 묵인해 우리 민족의 원성을 산 적이 있다. 반면 한국과 적국으로 싸웠던 중국은 지금 우리의 좋은 이웃이 돼 있다. 이렇듯 나라와 나라의 관계는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는 것이다.

냉전은 오래전에 끝났다. 동북아시아엔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고 있다. 이제 우린 우리 편인지 아닌지보다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도움이 되는지를 기준으로 외교의 방향을 정해야 한다. 이것이 탈(脫)냉전 시대를 현명하게 헤쳐나갈 수 있는 외교 전략이다.

김성곤 <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sgkim@assembly.go.kr >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슈퍼개미]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