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윤희옥은 2015년 어느 날 집에서 숨을 거둔 남편 주호백을 집 마당에 묻는다. 남편을 묻은 희옥은 뜻밖에도 사망신고 대신 실종신고를 한다. 그는 딸과 함께 남편을 찾는 여행을 떠나고 목적지마다 얽힌 과거의 풍경을 떠올린다.
호백은 어릴 적부터 희옥을 사랑했지만 희옥은 김가인이라는 남자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1964년 희옥은 임신하지만 아기 아버지 가인은 정권에 저항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잡혀 생사를 알 수 없게 된다. 처녀가 아이를 가졌다는 것이 끔찍한 수치였던 시절, 희옥을 구원한 이는 주호백이었고 그렇게 수십년을 함께 살았다. 평생 희옥에게 헌신만 했던 호백은 치매에 걸린 뒤 희옥 “?이런저런 요구를 하면서 점점 다른 사람으로 변한다.
호백은 치매 덕분에 자신이 평생 가슴에 묻었던 말을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작가의 사랑에 대한 철학이 여기서 드러난다. “사랑은 상대의 전부를 요구하는 이기적인 행위예요. 그런데 또 자신의 것을 모두 주고 싶은 감정도 있죠. 이런 모순적인 상황에서 감정의 합일이 필요한데 어찌 보면 이를 윤리라고 할 수 있겠죠.”
작가는 스스로를 ‘한번도 사랑이 지속된다고 믿지 않은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랑의 끝에 사랑이 있다고 믿는 정반대의 가치관을 지닌 아내와 40년을 넘게 살았다”며 “이제 조금씩 불공평을 갚아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소설 속 이 짧은 말은 작가 본인이 아내에게 바치는 말이기도 하다.
“당신, 이란 말이 왜 이리 슬플까. 함께 견뎌온 삶의 물집들이 세월과 함께 쌓이고 쌓여 만들어진 눈물겨운 낱말이다. 그늘과 양지, 한숨과 정염, 미움과 감미가 더께로 얹혀 곰삭으면 그렇다, 그것이 당신일 것이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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