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테크' 투자해야 감세…베트남, 고부가 외자유치로 선회

입력 2015-10-27 07:01  

글로벌 현장 리포트

하노이·호찌민 등 대도시 인근
단순 노동집약 산업 투자 제한
지방도시는 업종 관계없이 혜택

국내기업 4곳 '하이테크 인증'
지역·업종 면밀히 따져 투자해야



[ 이지수 기자 ]
“이제 외국기업은 단순 노동집약적 산업이 아닌 하이테크 업종에 투자해야 합니다.”

최근 베트남 하노이에서 만난 티 꾸잉 응아 북베트남투자유치센터 부회장의 말이다. 그는 베트남의 외국인 투자유치 정책의 변화를 이같이 설명했다.

정보기술(IT), 부품소재, 바이오, 친환경 등 이른바 하이테크산업 육성전략이다. 중국(220달러)의 60% 수준에 불과한 월 최저임금(130달러) 등 여전히 생산기지로서 베트남은 매력적이지만 이전보다 더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 대도시, ‘하이테크’ 감세 등 혜택

베트남의 정책 변화에 맞춰 최근 국내 기업들은 하이테크 업종에 주로 진출하고 있다. 베트남 기획투자부가 꼽은 올해 베트남 진출 주요 국내 기업 20곳 가운데 10곳이 반도체, 무선안테나, LED 등 하이테크 업종에 투자했다.

국내 반도체부품 업체 행성전자는 지난 5월 하이퐁 경제특구에 1억달러를 투자했다. 같은 공단 안에 위치한 LG전자에 부품을 납품한다. 대영전자도 올 5월 호찌민 사이공하이테크파크 공업단지에 6300만달러를 투자했다. 일본 케미파도 2500만달러를 투자해 의약품 생산시설을 짓고 있다.

베트남 정부가 하이테크 업종에 법인세 감면과 설비투자 관세 면제 등 혜택을 주기 때문이다. 2012년부터 베트남 정부는 하이테크 인증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정부가 정한 하이테크 업종이나 특정 경제특구에 투자하면 지역에 상관없이 감세와 지원금 등 다양한 혜택을 받는다. 2005년 제정된 투자법과 기업법에 따라 하노이와 호찌민 등 대도시 인근에는 하이테크 기업만 들어설 수 있다.

혜택의 폭은 넓다. 현재 22%인 법인세율을 10%까지 낮출 수 있다. 감면기간은 최대 17년까지 연장 가능하다. 투자에 따른 기계 설비류 수입 관세와 토지세도 일정 기간 면제받는다.

동시에 베트남 정부는 섬유와 봉제 등 노동집약적산업은 지방도시로 유치하고 있다. 개발에서 소외된 낙후지역을 투자법 상 ‘우대 투자 지역’으로 정해 업종에 상관없이 투자기업에 혜택을 준다. 공장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거나 세금을 감면하는 것이다. 대만 폴리텍파이스턴은 올해 지방도시 빈즈엉에 2억7400만달러를 투자해 섬유생산시설을 지었다.

김경돈 KOTRA 하노이무역관 과장은 “이제 지역과 업종 등을 면밀히 고려해 투자해야 한다”며 “하이테크 업종은 대도시와 경제특구, 섬유 등은 지방도시로 진출하는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개방 27년 만에 휴대폰 최대수출품 돼

베트남 정부가 하이테크 업종에 관심을 쏟으면서 수출품목도 변화하고 있다. 1986년 도이모이 정책 이후 2012년까지 베트남 최대 수출품은 농수산물과 섬유 직물제품이었다.

2013년에 비로소 휴대폰과 부품이 1위에 올라섰다. 베트남 정부가 삼성전자 등 하이테크 기업 유치에 공을 들인 결과였다.

다만 아직도 베트남 인구의 절반인 47%는 농업에 종사한다. 베트남 정부가 농업과 섬유업 등 노동집약적 산업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해 각종 정책을 내놓는 이유다.

조영준 대한상공회의소 하노이소장은 “베트남 정부는 개방 이후 지속적으로 산업구조를 바꾸며 투자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며 “정부 리스크가 적은 만큼 정책을 잘 이용하면 더 좋은 조건으로 진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노이=이지수 기자 oneth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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