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정위 사건처리 3.0, 신뢰회복 계기 삼아야

입력 2015-10-27 18:31  

조성국 <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chossk@hanmail.net >


1981년 공정거래법 제정 이후 30여년간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장경제의 지킴이’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하지만 언론에 비쳐진 공정위의 모습은 ‘시장경제의 공정한 심판자’라기보다는 ‘고압적이고 무소불위의 칼을 휘두르는 경찰관’이 연상되곤 했다.

최근 연이어 발생하는 대형 과징금 사건의 패소 사례, 만성적으로 반복되고 있는 사건처리 지연, 공정위 조사 공무원들의 위압적 조사관행으로 공정위의 법 집행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는 소리를 듣는다. 공정위가 실체법 강화에만 관심을 갖고 피(被)조사기업의 절차적 권리 보호에 소홀했기 때문에 예견됐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공정위가 최근 피조사기업의 절차적 권리를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내용의 ‘공정위 사건처리 3.0’을 마련한 것은 공정위 법 집행의 신뢰 제고 측면에서 시의적절한 것으로 판단된다.

피조사기업 절차적 권리 강화

그동안 공정위의 사건처리 절차의 최대 쟁점 중 하나는 ‘사법절차에 비해 공정한가’였다. 공정위는 사실상 법원의 1심 기능을 담당하?준사법기관임에도 불구하고 공정거래 관련 사건의 처리절차와 관련해 별도의 절차법이 마련돼 있지 않다. 또 공정위의 사건처리 절차가 피조사기업의 권리보장에 미흡한 측면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조사방법과 절차, 조사 공무원의 준수사항 등을 담은 ‘조사절차규칙’을 고시 형태로 제정해 외부 감시가 가능하도록 공식화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변화다. 특히 조사 공문상 구체적인 법 위반 혐의와 사업자명·소재지 특정, 조사 공문상의 조사 범위를 벗어난 조사에 대한 피조사기업의 조사거부권 보장 등에 대한 실질적인 통제수단을 마련한 것은 매우 진일보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또 피조사기업이 신청하는 경우 변호사 등 변호인이 조사 전 과정에 참여하도록 보장하고, 공정위가 현장조사 과정에서 수집·제출받은 자료 목록을 피조사기업에 교부하고 자료 복사를 허용하는 등 피조사기업의 방어권을 대폭 강화한 것도 신선하다.

사건 처리 공정성 확보

흔히 법 위반 사건의 조사·심결 과정을 게임에 비유하곤 한다. 피조사기업들에 절차적 권리를 보호해주면서 법 위반 증거를 발견하고 법 위반 논리를 개발해 사건을 처리하는 것이 공정한 게임일 것이다. 공정위는 피조사기업의 방어권 보장, 조사절차의 투명성 등 절차적 정당성을 확립하지 않고서는 사건처리 내용의 합리성과 공정성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이번에 공정위가 분골쇄신의 자세로 마련한 개혁방안이 충실히 이행돼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조성국 <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chossk@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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