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순규 월가 애널리스트 "눈에 보이는 건 겉모습…소중한 걸 잊고 살 수 있다"

입력 2015-10-27 18:52  

'세계 첫 시각장애인 공인재무분석사'

아홉 살 때 시력 잃어
15세 피아니스트 꿈꾸며 미국행
하버드·MIT 졸업…JP모간 입사

자타가 공인하는 낙관주의자
불평하고 원망한들 좋을 것 없어
"감사는 운동"…계속 하면 쉬워져



[ 김보영 기자 ] 아홉 살 소년이 녹내장과 망막박리로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시대적 배경은 1970년대. 이런 경우 대개는 사회적 편견과 각종 제약 때문에 자신의 꿈을 펼치지 못한다. 하지만 신순규 씨(48·사진)는 달랐다. 신씨는 미국 하버드대에서 심리학,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경영학과 조직학 박사과정을 밟고 세계적 투자은행 JP모간에 입사했다. 세계 최초의 시각장애인 공인재무분석사(CFA)가 된 뒤에는 뉴욕 월가의 세계적인 투자은행 브라운브러더스해리먼에서 증권 애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그의 인생 역정과 철학을 담은 책 ‘눈 감으면 보이는 것들’이 27일 민음사에서 나왔다. 시각장애인으로서 남다른 삶을 걸어오며 느낀 점을 진솔하게 정리한 책이다. 이날 서울 무교동 인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신씨는 “눈이 보이는 건 큰 축복이지만 오히려 해가 될 때?있다”며 ‘긍정마인드’를 펼쳐보였다. 신씨는 “(눈으로 보면) 자기 자신이나 타인을 바라볼 때 겉모습에만 치중할 수 있고, 정보가 넘쳐나 요란한 21세기에 정말 소중한 것을 잊고 살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눈을 감은 채 마음으로 보고, 귀를 통해 들으면 소중한 것을 다시 기억할 수 있어요. ‘할 수 없다’는 테두리에 갇히지 않고 꿈을 계속 추구하는 것, 가족을 열심히 사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의 인생에는 변화가 많았다. 세계적 피아니스트를 꿈꾸고 15세에 뉴욕행 비행기를 탔지만 음악적 재능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정신과 의사를 꿈꾸며 공부에 매진했다. 미국 하버드와 프린스턴대, MIT, 펜실베이니아대에서 동시에 합격 소식을 받을 정도로 성적이 우수했다. 대학교 3학년 때 조직학과 경영학을 포함한 사회과학 전반으로 관심을 돌린 뒤 애널리스트의 세계에 눈을 떴다.

“애널리스트라고 하면 차트와 숫자를 많이 봐야 해 힘들 거라고들 생각하는데 사실은 ‘스토리텔링’이 중요합니다. 과자를 생산하는 기업의 경우 정기 실적과 간식 트렌드 등 몇 가지 ‘이야기’를 쭉 따라가면 돼요. 너무 많이 쏟아지는 뉴스나 루머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분석을 해나가는 게 중요하죠. 오히려 시각장애가 도움이 된다고까지 생각하게 된 부분입니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낙관주의자다. 실의에 빠질 법도 한 순간마다 꿋꿋하게 헤쳐나왔다. 비결 중 하나는 ‘감사’다. 그는 “불평하고 슬퍼하고 세상을 원망한들 좋을 게 뭐가 있겠나 하는 논리가 마음에 와닿았다”며 “감사는 운동 같다”고 했다. 계속 하다 보면 버릇처럼 돼 쉬워진다는 것이다. 불공평한 상황을 견디게 해주는 ‘다른 날이 있겠지(Let’s live another day)’라는 말도 그에게는 마법의 주문이다.

그는 오는 30일 서울맹학교에서 후배들을 대상으로 신체적 장애(disability)를 재능(ability)으로 만드는 방법에 대해 강연한다. △투지(determination) △사회의 일원으로서 정체성 확립(identity) △자신만의 스킬과 첨단기술을 활용한 장애의 극복(skill) 등 D·I·S에 집중하면 된다는 것이 골자다. 독자와의 만남을 비롯해 KBS·SBS·CBS 등 라디오 출연을 마치고 다음달 8일 미국 맨해튼 근교의 집으로 돌아간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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