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電力)통일이 곧 남북통일...통일대박 꿈 이룬다

입력 2015-10-28 10:21  

<p style="text-align: left">지난해 美 NASA에서 찍은 한반도 위성사진. 이 한 장의 사진이 남북한의 전력현황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p>

<p>[한경닷컴 콤파스뉴스=양세훈 기자] 언젠가 남북통일은 된다. 그 시기가 문제일 뿐이다. 공포정치의 북한 김정은 체제가 오래가지는 못할 거라는 전망도 심심치 않게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지금 북한의 전력상황은 어떨까.</p>

<p>사실 일제 감정기에서 해방될 당시만해도 남한은 북한에서 전기를 얻어 오고 있었다. 당시 우리나라의 발전설비 용량은 172만270kW 규모로 남한은 11.5%인 19만8700kW에 불과했다. 북한으로부터 5만kW 정도를 송전받을 만큼 남한역시 전력설비가 열악했다. 심지어 1948년 5월 북한의 일방적 단전조치로 혼란과 서러움마저 겪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의 전기기기산업이 59조 규모로 성장했다. 그동안 국가경제 인프라의 핵심 기간산업으로 역할을 다해왔다. 이 분야 수출도 2013년 기준 150억달러를 돌파, 수출산업으로까지 변모했다.</p>

<p>반면 지금의 북한 전력 사정은 비참한 수준이다. 알려진 바로는 남한의 8.8% 수준인 700만kW로 추정된다. 해방 전후 남한 전력의 70%를 책임질 정도로 풍부한 전력설비, 그리고 "전력은 산업의 쌀"이라던 김일성의 어록이 무색할 정도로 북한의 최근 전력상황이 심각한 수준이다.</p>

<p>전압체계의 경우 남한 송전전압이 154, 345, 765kV인데 반해 북한은 66, 110, 220kV이고, 배전전압은 남한 22.9kV, 북한은 3.3-22kV로 남북이 서로 다른 송배전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북한은 주파수(60Hz)가 극히 불안하고 전압도 기준치 보다 현격히 낮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에는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통해 전력문제를 해결하고자 중국으로부터 태양광 발전관련 설비구매 등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북한의 전기기기 관련 연간 수입물량은 2014년 기준 425백만 달러 규모로 이 중 98.8%가 중국산인 것으로 조사 전기기기 수입수요의 대부분은 중국으로부터 조달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p>

<p>전기연구원의 최근 자료도 북한의 전력상황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북한의 전력설비용량은 남한의 12분의 1, 발전량은 24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더구나 북한의 화력발전 설비는 모두 개보수 대상이다. 8개 발전소에서 204만kW를 실제 가동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심지어 56%인 210만kW가 70년대 설비이며 최근 설비는 1994년 준공한 동평양발전소(15만kW)와 96년 준공한 12월발전소(15만kW)가 전부다.</p>

<p>북한의 송배전 설비 역시 열악하다. 기본적으로 노후화와 기준미달로 고장이 잦고 수십 년 전 기술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대부분 성능미달이라고 한다. 전신주는 내구연한이 刮?지났으나 이마저도 1990년대부터 전선을 잘라 파는 현상이 빈번해졌다고 한다. 멀쩡하던 송배전 설비마저 훔쳐다 팔다 보니 동선, 절연재, 전주의 설비가 부족하고 낮은 계통 신뢰도와 20~30%에 달하는 높은 전력 손실률을 보이고 있다.</p>

<p>실제로 탈북자 출신인 김승철 북한개혁방송 대표는 "북한의 전력 현실은 공식 언론보다 더 열악하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북한의 전력설비는 발전, 송변전, 배전, 소비시설 모두 노후, 성능저하로 원상복구가 불가능한 상태로 현재 기준에서 북한 기존 전력설비 중 보수해서 쓸 수 있는 것은 극소수로 전면교체 또는 전면 재건이 필요한 상태"라고 설명했다.</p>

<p>윤재영 전기연구원 박사는 "전력부족이 북한 경제의 악순환으로 작용하고 있어서 북한이 언젠가 어떻게든 남한에 전력지원을 요청하게 될 것"이라며 "전력협력을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협력방안을 만들고 주기적으로 검토 수정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p>

<p style="text-align: left">전기산업계가 통일시대 기반구축을 위한 산·학·연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왼쪽부터 문승일 기초전력연구원 원장, 장세창 전기산업진흥회장, 박경엽 전기연구원 원장, 김재철 숭실대 부총장.</p>

<p>◇통일대비하는 전력산업계= 상황이 상황인지라 전기산업계는 지난해부터 남북통일을 대비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p>

<p>가장 적극적인 곳이 전기산업진흥회다. 지난해 9월 국회에서 '남북 전력기자재 통일포럼'을 연 후 전기산업 분야에서 체계적으로 통일을 준비하기 위한 '전기산업 통일연구 협의회'가 발족했따. '통일대비 남북한 통합 전력산업 운영체제이라는 비전 아래 ▲(단기)북한 전력기자재 자료 수집 및 분석 ▲(중기)남북한 전력지자재 표준화 방향제시 및 표준 개발 ▲(장기)남북한 전력기자재 협력 및 통합 전력산업 운영체제 구축이라는 핵심 목표를 설정했다.</p>

<p>최근에는 전기산업계 산·학·연 대표가 통일시대 기반구축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한국전기산업진흥회 장세창 회장과 한국전기연구원 박경엽 원장, 기초전력연구원 문승일 원장 및 숭실대 김재철 부총장이 뜻을 같이 했다. 지난 9월에 '전기산업계 통일시대 기반구축'을 위한 업무협력 협약식을 갖고 전기산업계 통일준비를 위해 상호 협력키로 한 것이다.</p>

<p>이에 따라 이들 4개 기관은 △전기산업계 통일준비를 위한 남북 정보자료 공동조사 △남북 전력기자재 표준화 방안 마련 △북한 전문가 인적 네트워크 구축 △통일관련 세미나 및 국제포럼 공동개최 △북한 정보자료 DB 및 정보시스템 구축 △그밖에 통일관련 업무의 정보공유 및 사업 확대 사업을 함께 진행하게 된다.</p>

<p>숭실대는 전력산업 통일연구소를 설립해 북한 배전기기 등에 대한 기술 및 인력현황 등을 주로 조사한다. 기초전력연구원은 북한 전문가 pool 구축 및 국제포럼 등을 기획하며, 전기연구원은 북한 전력수급 및 계통, 송변전기기에 대한 조사 분석은 물론 독일 전력산업 통일사례 연구 등에 집중하게 된다. 전기진흥회는 남북 전력기기 표준화 및 정보화를 완성하고 '전기산업 통일연구 협의회' 운영을 통해 전기산업계 통일 방향성을 제시하는 등 분업적 역할과 협력으로 통일시대를 앞당긴다는 복안이다.</p>

<p>실제로 후속조치와 실질적 성과를 위해 '한국형 중전기기 통합기반 조성을 위한 정보시스템 구축' 사업 등 전기산업계 통일관련 산. 학. 연 연계 사업 발굴과 추진을 위한 실무협의회를 구성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다.</p>

<p>장세창 진흥회 회장은 "통계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전기 98%가 중국에서 들어오기 때문에 전기산업계의 준비없이 통일을 맞이하면 '중국 대박'이 될 수밖에 없다"며 "남북 전력망의 단일화야말로 최대의 남북경협 사업으로 '통일 대박'을 이끌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p>

<p>전기공사협회 역시 전기분야 통일위원회를 지난해 7월 발족했다. 이후 △전기용어 통일사업 △협회 내 전담부서 신설 △동북아 슈퍼그리드 △북한내 1가구 1등 지원 등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모색하고 있다.</p>

<p>최근에는 북한에 마이크로그리드(독립형 전력망)를 구축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통일 대비북한지역 민생용 전력공급에 마이크로그리드가 가장 현실적 대안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마이크로그리드는 전력기간망 연계 없이도 지역 내 독립적 전력망을 갖출 수 있다.</p>

<p>아울러 '제2기 전기분야 통일위원회'를 출범하고 '북한 전력통계 품질 개선·민생용 전력인프라 구축 방안 연구사업'을 추진하고 있다.</p>

<p>문승일 기초전력연구원 원장은 "전기로 통일하자는 기관들이 뜻을 모아 함께하게 됐다. 전기전력이 통일의 중심이 돼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며 "지금부터는 북한을 넘어 러시아와 중국, 일본이 하나로 연결되는 상황을 대비한 정책과 연구, 인력양성이 반드시 필요하고, 전기가 통해야 남북이 통하고 남북이 통하면 세계가 통할 것"이라는 평소 지론을 강조했다.</p>



양세훈 한경닷컴 QOMPASS뉴스 기자 two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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