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건설사 회계 대수술] 분식회계 건별로 무제한 제재…과징금 상한선 없어진다

입력 2015-10-28 18:32  

금융위, 수주산업 회계투명성 제고 방안

원가추정 어려운 사업, 확인된 것만 실적 반영
회계부정 땐 내부 감사위에 법적 책임 묻기로



[ 하수정/이유정 기자 ] 내년부터 분식회계를 한 기업에 부과하는 과징금의 상한선이 없어진다. 현행법상 20억원 한도에 그치는 분식회계 과징금이 너무 가볍다는 지적에 따라 정부가 과징금 부과 방식을 바꾸기로 했기 때문이다. 회계조작 논란에 휩싸인 조선·건설사 등 수주산업에 대해선 수익 처리 기준이 까다로워지고 수주 정보와 재무위험도 낱낱이 공개하도록 관련 규정이 강화된다. 금융위원회는 28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수주산업 회계투명성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장은 “올 상반기 대규모 손실을 급작스럽게 반영해 시장에 충격을 준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계기로 수주산업의 ‘회계절벽’을 없애고 수주산업뿐 아니라 국가 전체 회계투명성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이번 대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분식 건별로 과징금 부과

우선 금융위는 현재 비슷한 위반 행위를 하나로 묶어 과징금을 물리?방식을 개편, 위반 행위별로 개별 부과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2012~2013년 3896억원의 분식이 판명된 대우건설이나 1999년 이후 2013년까지 8900억원을 과대 계상한 효성의 과징금 액수는 20억원으로 같았다. 하지만 앞으로 건별(공시종류, 제출시기) 과징금이 부과되면 이 같은 과징금 상한이 폐지되는 효과가 있다.

금융위는 비상장 법인의 분식회계에 대해서도 과징금을 부과하는 한편 외부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에 대해선 현행 20억원 한도에서 앞으로 감사보수의 세 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관련 법을 개정할 예정이다.

○사업장별 미청구금액 공시해야

금융위는 또 내년부터 조선·건설 등 수주산업체들의 수익 인식 기준을 엄격하게 바꾸기로 했다. 지금은 모든 조선·건설업체들이 원가(비용)가 들어간 만큼 공사가 진행된 것으로 인식해 수익을 잡는 투입법(진행률)으로 수익 인식을 하고 있다. 투입법은 원가가 얼마인지 추정할 수 있을 때만 적용하는 기준이지만 그동안 마구잡이로 오용되면서 고무줄 회계를 초래했다는 게 금융위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원가 추정이 어려운 사업에 대해선 실제 회수할 수 있다고 확인된 부분만 수익으로 인식하는 ‘원가회수법’을 쓸 것을 지도하기로 했다. 원가회수법을 적용하면 기업 사정에 따라 매출이 격감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금융위는 원가회수법이 부담스러운 기업을 대상으로 다른 선택지도 열어두기로 했다. 투입법 사용을 허용하되 모든 위험 정보를 구체적으로 공시해 투자자에게 알리도록 하는 것이다. 매출 대비 5% 이상의 대형 수주계약에 대해 사업장별 공사 진행률과 미청구공사 잔액, 충당금 등을 구체적으로 공시하는 방안이다. 지금은 미청구공사의 총액과 충당금 총액만 공시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해양 플랜트 등 위험이 높은 사업장에 대한 별도 정보를 알 수 없는 상태다.

○핵심감사제 도입

조선·건설사들의 외부감사인(회계법인)과 내부감사가 ‘투트랙’으로 감시를 강화할 수 있도록 이들의 책임을 무겁게 하는 방안도 마련됐다. 외부감사 부문에선 내년부터 투입법 적용 기업에 ‘핵심감사제’를 도입한다. 핵심감사제는 외부감사인이 감사 과정에서 가장 의미 있다고 판단하는 재무 위험 정보를 감사보고서에 명시하는 제도다. ‘적정’ ‘비적정’ 등 단문형의 감사의견만 제시하는 게 아니라 중요한 회계처리 사안에 대해 서술하는 장문형 감사의견을 첨부한다.

그동안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내부 감사위원회가 경영진을 대신해 외부감사인을 직접 선임하도록 하는 한편 회계부정이 발생하면 감사위원회에 법적 책임을 묻기로 했다. 회계의혹 발생기업이 자발적으로 감사인 교체를 신청하는 ‘감사인 지정 신청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 투입법

총공사예정원가 대비 실제 발생원가를 계산해 공사 진행률을 파악하는 회계방식. 국내 대다수 조선·건설사들이 채택하고 있다. 상황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예정원가의 추정근거에 대한 논란이 있다.

■ 원가회수법

발생한 원가 범위 내에서 회수가능성이 높은 부분만 수익으로 인식해 공사 진행률을 파악하는 회계방식. 투입법과 달리 총공사예정원가를 추정할 필요가 없다.

하수정/이유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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