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공유'라는 말이 참…

입력 2015-10-29 18:18  

안현실 논설·전문위원·경영과학 박사 ahs@hankyung.com


불륜조장 사이트라는 ‘애슐리 매디슨’이 연일 뉴스에 오르내린다. 다분히 선정적이다. 그러나 영국 이코노미스트지가 지난해 커버스토리(2014년 8월9일자)로 다뤘던 ‘섹스 비즈니스’는 시각이 다르다. 정보기술(IT)이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을 어떻게 해방시킨 건지에 주목했다. 모바일 플랫폼 혁명이 공급자와 수요자를 직접 연결시키며 섹스업의 전통적 중개기능을 파괴시켰다는 것이다.

잠재된 공급과 수요를 표출시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우버, 에어비앤비 등 파괴적 비즈니스 모델도 실은 섹스업 변화와 다를 게 없다. 그렇다면 지금의 섹스업도 요즘 유행하는 ‘공유경제(sharing economy)’라고 부를 수 있을까. ‘공유’라는 말이 ‘섹스’와 결합하는 순간 그 의미가 묘해진다.

공유경제가 시장경제 대안?

두 기업이 특허를 크로스-라이선싱한 것을 두고 ‘특허 공유’라고 할 때도 그렇다. 각자의 이익이 맞아떨어져 서로의 특허를 사용하자는 것뿐인데도 마치 공동 소유처럼 받아들여지는 까닭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대기업에 중소기업을 위해 특허를 내놓으라고 할 때 들먹인 사례도 도요타가 수소연료전지차 특허를, 테슬라가 전기차 특허를 각각 무상 공개했다는 것이었다. 인용할 걸 인용해야지 이들 기업은 소유권을 엄연히 가진 채 더 큰 이익을 위해 잠시 미끼로 특허를 무상 공개했을 뿐이다. 이걸 두고 ‘착한 기업’은 특허마저 공유한다는 식으로 몰고 가니 황당할 따름이다.

공유경제의 ‘공유(sharing)’를 ‘공동 사용’쯤으로만 해석했어도 이런 혼란은 없었을지 모르겠다. 더 위험한 건 아예 ‘이념화’ 조짐까지 보인다는 점이다. 제러미 리프킨이 주장하는 소유의 종말이라든지, 사물인터넷(IoT)이 한계비용을 제로로 만들어 자본주의가 종식되고 공유경제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예측이 그렇다. ‘일반화의 오류’란 바로 이런 게 아닌가 싶다. 자본주의의 종식을 말하지만 오히려 이런 혁신이야말로 자본주의가 살아 있다는 증거 아닌가. 더구나 시장경쟁이 위협받는다지만 정반대다. 시장화의 확장이라고 보는 게 백번 맞을 것이다.

혁신에 ‘이념’을 씌우지 말라

멀리 갈 것도 없다. 공유경제가 무슨 자본주의 대안인 양 흥분하는 곳은 바로 옆에도 있다.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등도 모자라 공유기업을 지정한다고 ‘생쇼’를 벌이는 서울시다. 기준도 모호하다. 우버는 안 되고 에어비앤비는 된다는 식이다. 택시기사 표 때문이라면 너무 정치적이다. 여기에 ‘서울시 나눔카’라는 ‘쏘카’ 지원까지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사업자 가운데도 이런 이가 있다. 중국 알리바바의 마윈은 “2030년엔 계물姸┛?시장경제보다 더 우월할 것”이라고 했다. 빅데이터로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이 보이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공산당을 의식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뚱딴지같은 소리다. 빅데이터는 중국만 하는 것도 아닌 데다, 빅데이터 ‘할아버지’라도 오류를 배제할 수 없는 해석의 경쟁 아닌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해 시장에 파괴적 혁신을 몰고 온 ‘파괴자들’을 선정한 바 있다. 올해는 누가 뽑힐지 모르지만 혁신은 혁신으로 보는 게 가장 혁신친화적인 접근법이다. 혁신을 막는 부당한 진입장벽도 그렇지만, 혁신에 이념을 씌우거나 시장이 아닌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멋대로 취사선택하는 것 또한 혁신을 죽이긴 마찬가지다.

안현실 논설·전문위원·경영과학 박사 a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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