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경영학과 선후배
박현주, 최연소 스타 지점장으로…김남구, 한국투자증권 오너 2세
'박현주 사단' 독립에 엇갈려
2008년 베트남펀드 '신경전'…올 인터넷은행서도 부딪혀
KB금융지주 등 3곳 격돌…내달 2일 대우증권 예비 입찰
[ 윤정현 / 민지혜 / 좌동욱 기자 ] ▶마켓인사이트 10월29일 오후 4시52분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부회장이 29일 대우증권 인수전 참여를 결정했다. 이로써 향후 증권가 판도를 뒤흔들 2조원대의 인수합병(M&A) 경쟁 구도는 KB금융지주, 미래에셋증권, 한국금융지주의 3파전 양상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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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미래에셋그룹을 이끄는 박현주 회장과 김 부회장의 정면승부는 증권업계에서 드문 오너그룹 간 자존심 대결의 성격도 띠고 있다. 두 사람은 동시에 막강한 자금력을 갖고 있는 KB금융지주의 벽을 넘어서야 한다. 3개사가 그동안 축적한 역량과 전략이 격돌하는 대우증권 매각 예비입찰은 다음달 2일이다.
○동료에서 경쟁자로
대우증권 인수라는 외나무다리에서 마주한 박 회장(78학번)과 김 부회장(83학번)은 고려대 경영학과 선후배이자 한때 회사 동료였던 남다른 인연을 갖고 있다. 두 사람은 한국투자증권의 전신인 옛 동원증권에서 함께 근무했다. 1983년 동원증권 영업부 사원으로 입사한 박 회장은 45일 만에 대리, 1년1개월 만에 과장으로 승진했다. 1991년 만 33세에 최연소 지점장이 됐고 사내뿐 아니라 업계 최고 실적으로 이름을 날렸다.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 부회장은 그 시기에 동원증권 대리로 입사했다. 1987년 대학 졸업 후 4개월간 원양어선을 타고 동원산업에서 평사원으로 근무한 직후였다. 고속 승진과 경영 수업으로 경력을 쌓아가던 두 사람은 1997년 박 회장이 최현만 미래에셋생명 부회장, 구재상 케이클라비스투자자문 대표 등 이른바 ‘박현주 사단’을 이끌고 나가 독립하면서 엇갈리기 시작했다.
당시 동원증권은 핵심 인력 이탈에 큰 타격을 받았고 김 부회장의 실망도 컸다. 하지만 잠시였다. 김 부회장은 2005년 한국투자증권을 인수해 10년 만에 자산을 다섯 배 넘게 불리며 성공적으로 회사를 키웠다. 박 회장 역시 펀드의 대중화를 주도하며 20여개 금융계열사를 거느린 자산운용의 강자로 우뚝 섰다.
성장 과정에서 맞부딪힐 일도 많았다. 2008년 베트남펀드 투자에 주력하는 한국투자증권에 미래에셋이 ‘과열’이라며 찬물을 끼얹어 신경전을 벌였고 올해 인터넷전문은행 준비 과정에서는 한국투자증 퓽?한 발 먼저 카카오를 끌어들이는 기민함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 대우증권 인수전은 종전의 경쟁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누가 대우증권(자기자본 4조3000억원)을 품든 상대방을 압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수 시너지, 누가 더 클까
KB금융지주가 자신감으로 충만한 두 오너를 따돌릴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자금력도 가장 막강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자회사인 국민은행 배당으로만 3조원 이상의 실탄을 마련할 수 있다. KB금융 고위 관계자는 “대우증권을 인수하면 3000만여명의 KB금융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금융상품을 제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업금융도 획기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만큼 반드시 인수에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KB 측의 보수적인 사외이사들이 파격적인 인수가격을 쓰는 데 순순히 동의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있다. 가뜩이나 KB금융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경영진이 교체돼온 터다.
미래에셋은 대우증권 인수로 자산운용에 치우친 수익 구조의 균형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금조달을 위한 유상증자의 성공 여부가 관건이지만 현재로는 큰 차질이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사업적인 측면에서 시너지 효과가 가장 클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브로커리지 업무(40%), 자산관리(30%), 투자은행(30%) 사업부가 고른 수익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과 지주뿐 아니라 다른 계열사들의 여유 현금도 많아 자금은 충분할 것”이라며 “인수 주체가 지주가 아닌 증권이라 대주주 지분 희석에 대한 우려도 없다”고 말했다.
윤정현/민지혜/좌동욱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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