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펭귄부터 북극 빙하까지…인공위성으로 극지 신비 밝힌다

입력 2015-11-01 18:31  

극지 원격탐사 연구 활발

해빙 두께·수온 관측해 온난화 등 기후변화에 대응
국내서도 아리랑 5호 활용…무인기 띄워 동식물 연구도



[ 박근태 기자 ]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지난 10월 말 남극의 빙하가 점점 더 두꺼워지고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를 내놨다.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녹는 속도보다 내리는 눈의 양이 훨씬 많다는 내용이다. 연구진은 광대한 남극 대륙에서 벌어지는 빙하의 변화를 알아내기 위해 인공위성이 촬영한 영상을 활용했다. 영하 40~50도의 강추위와 눈 폭풍으로 사람의 접근조차 어려웠던 남극과 북극의 문이 열리고 있다. 적을 감시하거나 통신을 중계하던 인공위성이 인적이 닿지 않는 남·북극의 깊은 지역까지 관찰하며 연구자들의 눈이 되고 있다.

아리랑 5호 눈보라 뚫고 빙하 감시

다목적실용위성 아리랑 5호에는 구름 낀 흐린 날씨에도 땅 아래를 훤히 내려다볼 수 있는 합성개구레이더(SAR)라는 영상 레이더가 실려 있다. 2013년 8월 발사된 뒤 550㎞ 상공에서 하루 14바퀴 반을 돌고 있다. 영상레이더는 마이크로파(波)를 지표면에 쏴서 되돌아온 전파를 분석해 영상을 만든다. 이 마이크로파는 수증기층을 쉽게 뚫고 지나가기 때문에 구름이 짙게 끼어도 남극 장보고기지와 세종기지 주변 영상을 얻는 데 어려움이 없다. 겨울철 눈 폭풍이 몰아치는 날씨에도 남극 빙하의 변화를 감시할 수 있다. 남극에서 가장 추운 곳은 영하 93도까지 떨어진다. 앞서 발사된 아리랑 2~3호에는 맑은 날씨에 지상을 감시하는 광학 카메라가 실려있다. 김현철 극지연구소 원격탐사연구실장은 “남극 바다는 지구의 해수 순환과 기후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두꺼운 얼음, 혹한 등의 가혹한 기상 조건과 비용 때문에 지속적으로 연구하기가 어렵다”며 “인공위성이 촬영한 영상과 센서로 감지한 자료를 내려받아 극지 신비를 푸는 연구에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인공위성은 이미 기후 변화 연구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온난화 영향으로 남북극의 해빙(海氷)이 줄어든 사실도 인공위성 분석을 통해 알려졌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위성은 2007년 지표면 온도를 재는 온도센서를 이용해 20년간 남극 지표면 온도 변화를 측정했다. 남극 대륙 전역을 주기적으로 촬영해 온도 변화를 살펴보니 해안가 지역이 평균 0.05도 이상씩 올랐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는 “위성을 활용하면 인간이 갈 수 없는 지역을 관측할 수 있고 다양한 정보를 반복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위성·무인기로 펭귄 보호 연구

NASA는 ‘오퍼레이션 아이스버그 브리지’라는 프로젝트를 구성해 위성 정보를 활용한 남극과 북극의 빙하 연구에 나섰다. NASA는 빙하와 남극 구름, 대지 고도를 측정하는 ‘아이스샛(ICESat)’을 발사하기도 했다. 유럽우주국(ESA)도 남북극 상공에서 비슷한 지상관측 위성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극지연구소가 올초 원격탐사연구실을 열고 인공위성 정보를 활용한 연구에 뛰어들었다. 고해상도 영상레이더를 보유한 아리랑 5호를 주로 이용할 예정이다. 이전에는 미국과 독일, 일본에서 가로세로 0.5~1㎞ 크기를 한 점으로 구별하는 영상을 썼지만 아리랑 5호를 발사하면서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가로세로 각각 1~20m를 식별할 수 있어 아라온호 주변 유빙을 정확히 추적할 수 있어서다. 국내 최초 쇄빙선 아라온호는 올 8월 북극 현장 조사에 나서면서 아리랑 5호에서 유빙 영상 정보를 내려받아 운항에 활용했다. 최근에는 빙하 감소의 실마리를 풀어줄 ‘융해 연못(melt pond)’ 연구에 위성 영상을 활용하고 있다. 극지연구소는 국내외 위성 자료를 활용해 남극 세종기지 주변 바톤 반도에서 자라는 식물, 펭귄 개체 수와 이동 경로를 추적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무인항공기도 동원된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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