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에 실적 곤두박질…셰브론 "직원 7000명 줄일 것"
[ 박종서/임근호 기자 ] 글로벌 석유업체들의 지난 3분기 순이익이 유가 하락 충격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로열더치셸과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에 이어 셰브론과 엑슨모빌 등이 줄줄이 저조한 성적표를 공개했다. 유가 약세 장기화에도 불구하고 이란은 오히려 원유 생산량을 늘리겠다고 밝혀 석유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부실 석유업체 채권 금리 세 배로 뛰어
미국의 대표적 석유기업인 셰브론은 지난 3분기 순이익이 20억4000만달러(약 2조3225억원)로 집계됐다고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작년 3분기 순이익(55억9000만달러)의 36% 수준이다. 매출도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7% 감소한 343억달러에 그쳤다.
엑슨모빌도 이날 부실한 실적을 내놨다. 지난 3분기 순이익은 42억4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 수준이다.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63%인 673억달러에 머물렀다. 앞서 로열더치셸은 지난 3분기 74억200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해 적자 전환 소식을 알렸고 BP는 겨우 적 美?면했다고 공개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해 4월 배럴당 104.05달러에 거래됐던 서부텍사스원유(WTI)가 달러당 40달러대로 급락하면서 세계 4대 석유 메이저조차 뾰족한 수를 찾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석유업계는 비용 절감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셰브론은 전체 직원의 약 10%인 6000~7000명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셰브론은 지난 7월에도 1500여명의 인력 감축계획을 발표한 터여서 총 8000명 안팎의 직원이 회사를 떠나게 됐다. 내년 지출 규모는 올해보다 25% 줄어든 250억~280억달러로 계획했으며, 2017년과 2018년에는 200억달러 수준까지 내리기로 했다. BP도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내년에 50억달러 상당의 자산을 처분하고 2017년까지 60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하기로 했다.
대형 석유기업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모건스탠리 등에 따르면 투기등급 에너지업체의 회사채 금리는 작년 6월 말 연 4.19%에서 지난달엔 연 12.25%까지 치솟았다. 유가는 반등의 기색이 보이지 않는데 금융비용은 크게 증가했기 때문에 부실한 석유업체들은 언제든지 부도를 낼 수 있다는 게 국제금융계의 분석이다.
이란, 하루 50만배럴 추가 생산
저유가는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이 13개 투자은행의 원유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 WTI의 내년 평균 가격은 배럴당 54달러로 예측됐다. 올 상반기 설문에서 70달러로 예상했던 것보다 더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은 오히려 원유 증산 계획을 발표했다. 바진 남다르 잔가네 이란 석유장관은 다음달 4일 열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장관급 회의에서 원유 생산량을 하루 최소 50만배럴 이상 늘리겠다는 뜻을 회원국에 전하겠다고 밝혔다. 잔가네 장관은 31일 “미국의 경제제재가 풀리면 곧바로 산유량을 하루 50만배럴씩 늘릴 수 있다”며 “내년 상반기에는 하루 100만배럴씩 더 생산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이란의 하루 산유량은 280만배럴이다.
FT는 “석유 기업들이 배당금 축소와 비용 절감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유가가 받쳐주지 못하면 어려움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박종서/임근호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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