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피해자 수용·국민 납득해야"
아베 "미래 세대에 장애 남겨서는 안돼"
"파국은 막자" 한일 한발씩 양보해 절충
[ 장진모 / 김대훈 기자 ]
2일 청와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첫 정상회담은 이날 오전 10시5분부터 약 98분간 진행됐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30분 정도에 그칠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보다 1시간 이상 길어졌다. 두 정상은 청와대 백악실에서 1시간가량 단독정상회담을 했다.
이어 집현실로 자리를 옮겨 38분가량 양국 외교·경제 각료 및 참모들이 참석한 가운데 확대정상회담을 하고 경제 및 안보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회담에 배석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분위기가 냉랭하지만은 않았다”고 했다. 아베 총리는 회담 뒤 “하고 싶은 말을 다 했다”고 말했다.
○시기는 못 박지 않아
1시간 동안 진행된 단독정상회담에서 박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게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사과’와 ‘연내 해결’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尹酉?회담에서 “위안부 문제가 양국관계 개선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피해자가 수용할 수 있고, 우리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전했다. 아베 총리는 사과와 관련해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하고 있다”는 기존 방침을 되풀이하면서 위안부 문제 타결 시한도 못박을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두 정상이 가능한 한 조기에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타결하기 위한 협의를 가속화하도록 지시했다’는 합의가 나온 것은 양측이 한발씩 물러선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양국관계의 ‘파국’을 막고, 자국의 정치 및 여론을 고려한 최소한의 절충점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타결 시한을 정하지 못해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합의문 가운데 국교 정상화 50주년이라는 전환점에 해당되는 해라는 점을 염두에 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겠느냐”고 했다. 사실상 연내 타결하기로 합의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아베 총리 입장에서는 타결 시한을 못박지 않음으로써 자국 내 여론 부담 등을 덜 수 있다는 측면도 있다.
○과거사 견해차 여전
두 정상이 최대 현안인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로 합의’하면서 갈등을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첫 정상회담을 개최한 만큼 이달 말에 예정된 세 차례의 다자 정상회의에서 후속 정상회담을 통해 관계 개선을 꾀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김 수석은 “양 정상은 양국관계 개선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주요 현안 해결을 통해 앞으로 보다 미래지향적이고 호혜적인 협력 관계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더욱 힘쓰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양국 관계 악화의 근본 원인인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인식 차이는 좁히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확대정상회담에서 “오늘 회담이 아픈 역사를 치유할 수 있는 대승적이고 진심어린 회담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아베 총리는 “미래지향적 일·한관계의 새로운 시대를 구축하기 위해 박 대통령과 함께 노력하고자 한다”며 과거사에 대한 언급 없이 미래만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정상회담 뒤 일본 기자들과 만나 “미래지향의 협력 관계를 구축해 가는 데 미래 세대에 장애를 남기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도 했다.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일본의 추가적인 과거사 도발에 따른 양국관계 악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장진모/김대훈 기자 ja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