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요건 완화하자 명문대 출신들도 몰려"
[ 이지수 기자 ] 2차전지 생산설비를 제작하는 무진서비스는 최근 5년간 연구개발(R&D) 인력 7명을 뽑았다. 이 중 6명이 사회복지학과, 소방방재학과, 행정학과 등 R&D와 전혀 관련 없는 학과 출신들이다. 영어학원 강사, 대기업 사무직을 거친 직원도 있다.
이런 사람을 뽑자 기존 개발자들은 “사장이 도대체 저런 애들 뽑아서 어디에 쓰려고 하지”라고 의아해했다. 지금은 인문계와 비전공자들이 이 회사 R&D의 핵심 역량이 되고 있다. 최은모 무진서비스 대표(사진)는 “한 번 큰 실패를 맛보고 나서 R&D 인력에 대한 생각을 바꿨다”고 말했다.
2002년 일이다. 2년간 설비부품 두 가지(플레이트스태커, 급판공급기)를 개발해 배터리 제조업체에 납품했다. 하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불량이었다. 제품을 회수하고, 다시 설계도 했지만 납기를 맞추지 못했다. 몇 안 되는 R&D 인력을 다 투입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최 대표는 “망하기 직전까지 갔다 겨우 살아났다”고 말했다. 그는 위기에 몰린 원인을 찾았다. R&D 인력이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다.
광주광역 첼?있는 회사라 수도권 공대 출신을 뽑을 엄두도 못 냈다. 입사한 우수 인력은 약간만 좋은 조건이면 회사를 옮겨버렸다. 부도 위기를 넘기고 최 대표가 찾은 해법은 인문계와 비전공자를 뽑는 것이었다. 그는 “전공자라도 학교를 졸업하고 최소 3~4년은 교육해야 한다”며 “누구라도 그 정도 교육을 받으면 R&D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명문대 출신을 뽑지 못한 일본의 부품업체 일본전산이 ‘밥 빨리 먹고, 화장실 청소 열심히 하고, 오래달리기 잘하는 지원자’를 선발해 세계적 전자부품업체로 도약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인문계로 자격요건을 완화하자 연세대 등 서울에 있는 대학 출신들이 오기 시작했다. 이렇게 뽑은 비전공자들은 현재 무진서비스 R&D부문의 새로운 주력이 되고 있다. 최 대표는 “창의적인 제품을 개발할 때는 인문대 출신들이 더 강점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최 대표는 이들과 함께 부도 직전의 회사를 매출 240억원대 기업으로 키웠다. 무진서비스는 세계 3대 배터리 설비업체라는 평가를 받는다.
최 대표는 R&D 인력이 장기간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다. 다른 지방 출신들에게는 집과 차를 제공했다. 회사가 소유한 아파트만 여덟 채다. 근무시간도 자유롭다. 오후 3시에 출근하는 사람도 있고, 그때 퇴근하는 직원도 있다. 최 대표는 “제품의 질을 높이려면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본인이 원하는 시간에 근무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광주=이지 ?기자 oneth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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