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바르게 쓰는 방법, 후대에 제대로 지도해야
박종복 SC은행장 < jongbok.park@sc.com >
최근 인천의 한 중학교를 방문해 청소년 금융교육 특강을 했다. 가을이 깊게 물든 교정은 국화꽃처럼 환했다. 필자 역시 중학생 시절이 떠오르며 덩달아 설레었다. 교장 선생님은 “학생들이 돈을 쓸 줄만 알지 바른 금융 개념이 부족하다”며 강의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어린 중학생들이 과연 강의에 집중할까’란 강의 전 생각은 그저 기우였다. 학생 300여명의 반응은 참 해맑고 유연했다. “은행이 뭐 하는 곳인가요”, “은행원은 어떤 일을 하나요” 등 여러 질문이 나왔다. 학생들은 그냥 단순한 호기심으로 물었겠지만, 듣는 입장으로선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은행이 국가 경제와 사회를 위해 과연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라는 추궁처럼 들렸다.
필자 또래의 세대가 어린 시절 받았던 금융교육의 주제는 오로지 ‘저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절대 빈곤 비율이 과거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이젠 돈을 바르게 벌고, 합리적으로 쓰는 방법을 가 C컁?할 때다.
청소년 금융교육은 돈에 대한 올바른 철학을 갖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일부에서 “10대의 어린 나이에 ~원을 벌었다”와 같은 사례를 내세우며 주식 투자와 사업 등 재테크 기술을 가르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는 크게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그보다는 왜 돈을 벌고 돈을 모아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바르게 돈을 모아 꿈을 실현하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지 청소년 스스로 생각하게 했으면 한다. 신용의 중요성과 합리적인 소비, 현명한 투자도 알게 해야 한다. 나아가 사랑과 가족, 우정 등 돈과는 다른 측면에서 더 가치 있는 게 많다는 것을 깨닫게 해줬으면 좋겠다.
옐런 그린스펀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문맹은 생활을 불편하게 하지만, 금융 문맹은 생존을 불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더 무섭다”고 했다. 이처럼 중요한 청소년 금융교육에 은행을 비롯한 금융회사가 앞장서서 참여하는 게 당연하다고 본다. 전문성과 전국적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음은 물론, 금융사로서의 사회적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필자를 포함해 금융업계에서 오래 일하다 은퇴하는 사람들에게 청소년을 위한 금융교육에 참여하자고 권하고 싶다. 수십 년간 쌓은 직장 경력으로 후대 교육을 위해 봉사하는 것만큼 값진 은퇴 설계가 있을까.
박종복 SC은행장 < jongbok.park@sc.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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