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삼계탕

입력 2015-11-02 19:23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삼계탕(蔘鷄湯)이 나온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조선 후기에 들어서야 각종 서적에 언급된다. 19세기 사상의학 이론을 창시했던 이제마는 저서 ‘동의수세보원’에서 소음인(少陰人)의 질병 치료에는 인삼과 닭을 함께 쓰면 효과적이라고 적었다. 물론 이제마는 약용으로 봤을 것이다.

삼계탕은 인삼이 귀하던 시절 그저 부자들의 약선(藥膳)음식으로 여겨졌다. 일제 강점기인 1924년 일본 중추원에서 조사한 ‘조선인의 생활 풍속’에서도 조선의 부잣집에서 여름철 암탉의 배에 인삼을 넣어 우려낸 국물로 약을 하는 사례가 많다고 소개하고 있다. 서민들이 본격적으로 먹게 된 것은 해방 이후다.

1950년대엔 인삼 분말을 넣은 삼계탕이 유행했다. 이것을 계삼탕(鷄蔘湯)이라고 불렀다. 1960년대 들어 인삼이 대량 공급되면서 다시 삼계탕이라는 원이름을 찾았다. 삼계탕의 본격적인 보급은 1970년대 들어 외식문화의 발전과 함께 이뤄졌다. 삼계탕에 황기나 당귀 천궁 오가피 헛개나무 엄나무 대추 은행 등 한약재가 들어간 것도 이때였다.

수출도 이 시기에 본격화됐다. 삼계탕이 일본이나 동남아에 수출되기 시작한 것은 1973년이라고 한다. 하지만 見㎱?날린 것은 2000년대 이후 중국과 일본인 관광객이 늘어나고 음식한류가 본격화되면서다. 지난해에는 음식 수입에 관해 엄격하기로 소문난 미국도 삼계탕 수입을 허용했다. 한국은 미국 수출이 허용되면서 지난해 212만t, 올해 9월까지 478만t을 수출했다. 올해 말에는 대미(對美) 수출 규모가 대일(對日) 수출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도 한국 삼계탕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지난달 31일 양국은 한국산 쌀과 삼계탕 수출을 위한 검역에 협력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2006년 중국에 수출을 요청한 지 9년 만에 협상이 타결된 것이다. 그동안 중국은 인삼을 식품으로 분류하지 않은 데다 한국이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국가여서 삼계탕의 중국 내 반입을 허용하지 않았다.

중국은 닭요리를 좋아하는 국가다. 구일(九日)마다 닭 한마리를 먹으면 건강 걱정이 없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다. 중국인은 특히 삼계탕에서 찹쌀죽과 국물을 고기나 인삼보다 더 좋아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을 제치고 곧 삼계탕 최대 수입국이 될 것 같다. 삼계탕의 세계화다. 세계 최고의 보양식으로 자리잡을 날도 머지 않았구나 싶다.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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