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간판' 왜 늘지 않을까요?
[ 편집자 주 ] 취재 시작은 난립한 서울 도심 간판 중에서 옥석 같은 '아름다운 간판'을 찾아보자는 것이었죠. 역대 '좋은 간판 공모전' 수상자와 인터뷰하고 현장을 돌아보다보니 많은 문제점을 발견했습니다.
빛 좋은 개살구. 지난 7년 간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고 있는 '아름다운 간판 만들기' 사업이 그랬습니다. '뉴스래빗'은 <한경닷컴 창간 16주년 특집>으로 많은 자영업자들이 '아름다운 간판'을 갖지 못하는 이유를 살펴봅니다.
이 간판들 보시기에 어떠신지요.
댕기 머리를 땋은 것을 형상해 만든 미용실 간판, 세탁소 간판은 대형 옷걸이 하나로 충분하고요. 꽃잎으로 흘려 쓴 듯한 주점의 간판 유명 서체가의 작품입니다.
무엇을 파는 곳일까? 포크와 젓가락, 식기가 호기심을 자아냅니다.
눈에 쏙 들어오는 개성만점 간판들은 '좋은 간판 공모전' 역대 수상작입니다.
모 ?자영업자들은 저런 아름다운 간판을 갖고 싶겠죠.
그런데 그럴 수 없는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인천 부평대로의 한 김밥집 주인은 "아름다운 간판을 제작비는 일반 간판보다 약 3배 비싸다"며 금전적 부담 토로 합니다.
간판값은 천차만별이지만 일반 아크릴 재질에 조명이 들어간 간판은 대략 400만~500만원 선입니다.
히자만 아름다운 간판은 1000만~1500만원이 듭니다. 지방자치단체 지원비는 고작 200만-250만원에 불과하죠. 일반 간판을 자비로 만드는 것보다 더 돈이 많이 듭니다.
심지어 지자체 마음대로 간판 변경하고, 상을 받은 곳도 있습니다. 취재 중 만난 A업주 사장은 "마음대로 와서 간판 바꾸더니, 공모전 상도 받았다고 하더라고. 난 상금 본 적도 없어"라고 말했습니다. 일방적 전시 행정이었습니다.
큰 기업과의 갈등도 있습니다. 서울시는 종로와 광화문에 영문 기업로고(CI)를 내건 기업 간판에 "영문 간판에 한글도 적어라"라고 한글 병기를 요구 중입니다.
KT는 'KT 케이티', SK는 'SK 에스케이'로 말입니다. KT는 신축 건물 간판은 한글병기로 바꿔달았습니다. 하지만 광화문 올레사옥 외벽에는 여전히 KT만 걸려있습니다. 금호아시아나, 흥국생명, 대림 등 종로광화문 일대 기업도 간판 교체를 고심 중입니다.
기업 측은 돈 문제만이 아니라고 합니다. 한 관계자는 "그간 수십억 들여 기업 CI를 만들어 기업 브랜드로 사용했다"며 "(한글 병기는) 수억원 간판 교체비용도 문제지만 통합 CI 이미지가 훼손될까 더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한철 바짝 아름다운 간판 조성사업을 한들 새로운 입주자가 싼 간판, 자극적인 간판을 내걸면 공들인 아름다운 간판 사업도 '말짱 도루묵'이 되어버리죠.
여러분이 장사를 시작한다면 '아름다운 간판 만들기'에 기꺼이 동참하시겠습니까?
자영업자의 개인적 희생이 아닌, 보다 유연하고 실질적인 행정 지원이 절실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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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김민성 기자 연구=김현진 이재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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