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 전략 시급…소프트웨어 경쟁력·유통망 확대 과제
한국 기업들이 흔들리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도 기회로 삼아 이겨냈던 한국 기업들이 말이다. 그동안 한국 기업들은 선진국의 부진에도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에서 선전해왔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경기 부진과 현지 기업들의 성장으로 경쟁은 치열해지면서 텃밭이었던 신흥국 시장에서도 점차 밀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경닷컴이 창간 16주년을 맞아 한국 기업들이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봤다. [편집자 주]
[ 최유리 / 김봉구 기자 ]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제 2의 중국'으로 꼽히는 인도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스마트폰 신흥국에서 보급형 모델을 내세우면서다.
국내 기업이 선두에 섰지만 경쟁사들의 추격은 만만치 않다. 인도, 중국 등 후발주자는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스마트폰 강자 애플도 인도에 군침을 흘리는 중이다. 인도가 글로벌 업체들의 격전지로 떠오른 모습이다.
인도를 둘러싼 전면전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제조사들의 '신흥국 트라우마'가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쟁사들과 차별화된 승부수가 보이지 않아서다. 국내 기업은 신흥국에서 애플과 중국업체 사이에 끼어 점유율 하락을 겪은 바 있다.
◆ 삼성전자, 인도 스마트폰 점유율 1위 '흔들'
삼성전자는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1위에 올랐지만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인도 현지와 중국 업체들의 공격이 거세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삼성은 올 2분기 인도에서 점유율 23%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35%로 정점을 찍은 후 10%포인트 넘게 하락했다. LG전자는 아직 점유율 5% 미만으로 5위권 밖에 머물러 있다.
같은 기간 인도 업체 마이크로맥스는 점유율 17%로 2위를 차지했다. 현지 업체 인텍도 급속히 성장해 3위(11%)로 도약했다. 중국 업체 레노버는 처음으로 5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거센 추격에 국내와 인도 제조사의 성적은 이미 역전된 상황이다. 지난해 1분기 삼성과 LG의 점유율(40%)은 현지 업체를 9% 가량 앞섰다. 올 2분기엔 거꾸로 7% 뒤졌다. 1년 만에 빠른 속도로 추월당했다는 얘기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실제 업계에선 삼성과 마이크로맥스가 엎치락뒤치락 선두 싸움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며 "로컬 업체들이 치고 올라오면서 삼성의 존재감이 희석되고 있다"고 말했다.
◆ 보급형 모델로 승부수…"차별화 전략 안 보인다"
국내 제조사들은 인도에서 보급형 모델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은 갤럭시J, 갤럭시코어 등 중저가 중심으로 라인업을 짰다. 여기에 자체 개발 운영체제(OS) 타이젠을 탑재한 Z3를 최전선에 내세웠다. LG는 G3 보급형 모델이 판매를 견인하는 가운데 이달 넥서스 X5를 내놓는다. 개발부터 인도를 염두한 제품으로 구글과 온·오프라인 판매를 강화할 계획이다.
그러나 보급형 전략만으로는 선두 유지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인도와 중국 업체도 중저가 스마트폰의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고 있어서다. 다른 한쪽에선 애플이 몸을 푸는 중이다. 애플은 지난 7월 12개 도시에 500개 소매점을 연 것에 이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인도가 또 다른 신흥 트라우마의 발현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국내 기업들은 신흥 시장서 초반 강세를 나타내다 부진에 빠졌다. 애플의 재도약과 후발업체의 추격 사이에 끼면서다. 중국이나 중남미에서도 같은 패턴을 나타냈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산업분석팀 관계자는 "경쟁사들도 비슷한 전략을 내세워 국내 제조사들이 언제까지 1위를 유지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중저가 모델만 강조하면 소비자에게 삼성이라는 브랜드보다 저가로 인식되기 쉽다"고 꼬집었다.
◆ "소프트웨어 경쟁력 높여야…과감한 현지 투자도 필요"
결국 필요한 것은 경쟁사와 구별되는 무기다. 특히 스마트폰의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후발업체들이 하드웨어 부분에선 이미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혔기 때문이다.
인호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는 "삼성페이 같은 서비스를 결합해 소비자의 니즈를 만족시켜야 한다"며 "교육에 특화시킨 학생폰, 보안을 강화한 밀리터리폰 등 지역 커스터마이징(맞춤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생산 공장, 유통망 확대 등 현지에서 과감한 투자가 이어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지화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특화된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다는 것.
전자업계 관계자는 "인도는 유통망이 복잡하고 현지 양판점 중심이기 때문에 인도 업체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며 "때문에 온라인 유통망을 빠르게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레노버, 샤오미 등 중국 업체는 온라인 판로를 적극 개척하면서 점유율을 크게 늘렸다는 설명이다.
송송이 국제무역연구원 전략시장연구실 연구위원은 "긴 호흡으로 인도 시장에 접근해야 한다"며 "단순한 제품 판매에서 벗어나 현지 투자를 통해 생산·판매부터 AS(애프터서비스)까지 완벽한 현지화를 구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유리 /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now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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